영하 196℃ 초저온 보존…포도 바이러스 잡고 무병묘 양산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5.11.27 12:20  수정 2025.11.27 12:20

농진청, 포도 초저온 동결보존 기술 개발

포도나무 바이러스·바이로이드 제거 효과 확인

관련 특허 출원…사과 등 다른 과수로 확대

포도나무 액체질소 냉동 과정.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이 영하 196℃ 초저온 동결보존 기술을 활용해 포도나무에서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를 제거하고, 기존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무병묘를 생산하는 기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이번 기술로 기존 무병묘 생산기술의 생산율(약 10%)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생산 기간도 10개월에서 5개월로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도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 감염 사례가 많이 보고되는 작물이다. 지금까지 102종의 포도 바이러스가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14종의 바이러스와 4종의 바이로이드 감염이 확인됐다.


이들 병원체에 감염되면 포도나무 생장이 저하되고 과실 당도가 떨어지는 등 품질이 낮아져 결국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그동안 포도 무병묘는 항바이러스제 처리와 장시간 열처리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최소 10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약제 처리에 따른 피해 위험이 있다. 실제로 무병묘로 살아남는 비율도 약 10%에 그쳐 생산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농진청 연구진은 과수 유전자원 장기 보존에 사용해 온 초저온 동결보존 기술을 무병묘 생산 과정에 적용하는 방안을 시도했다.


초저온 동결보존은 생물학적 반응이 멈추는 영하 196℃ 환경에서 식물체를 보존했다가 다시 되살리는(재생)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가 일부 제거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먼저 초저온 환경에 투입하기 전, 식물세포가 손상되지 않도록 적합한 농도와 시간으로 동결보존제를 처리하는 전처리 배양 과정을 최적화했다.


이후 액체질소 냉동, 해동 후 재생, 식물체 발근 단계까지 일련의 공정을 정립한 결과, 초저온 동결보존을 거친 포도나무의 무병묘 재생률이 50%에 이르러 기존 방식(10%)보다 40%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기간도 전처리와 생장점 배양 공정이 간소화되면서 기존 최소 10개월에서 약 5개월로 단축됐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가 초저온 동결보존 기술을 통해 과수 무병묘 생산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뒀다.


특히 해외에서 관련 논문은 보고돼 있지만 국내에서 직접 기술을 적용하고 바이러스 진단까지 완료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진청은 이번 기술을 ‘포도나무의 초저온 동결보존을 이용한 무병묘 생산기술’로 특허 출원 중이다. 포도에서 축적한 기술을 일반 무병묘 생산기술과 결합해 사과, 배, 복숭아 등 다른 과수 품목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과수 유전자원 장기 안전보존 기술과 무병묘 생산 체계를 연계해 바이러스·바이로이드 감염 확산을 막고, 과수 산업 전반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윤수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기초기반과장은 “과수 유전자원의 장기 안전 보존에 필요한 초저온 동결보존 기술이 무병묘 생산에 적용되면 바이러스와 바이로이드 감염 확산을 차단하고 무병묘 보급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품질 포도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과, 배, 복숭아 등 주요 과수 품목에도 기술을 넓혀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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