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에서 첫 구조조정안 확정되며 여수·울산 재편 구도가 본격 가시화
특별법 본회의 상정으로 세제·규제 특례 등 제도 기반도 마련될 가능성
여수는 기업 수·공정 조합 복잡해 난이도 최고…업계 “속도전 불가피”
LG화학 여수 NCC공장. ⓒLG화학
대산에서 첫 구조조정안이 나오며 석유화학 산업의 본격 재편 국면이 여수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 처리 여부가 결정되면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될 가능성이 커 구조조정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다. 특별법은 설비 통폐합과 고부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세 감면, 과세이연, 정책금융 지원, 규제 특례, 환경·안전시설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업계와 정치권은 본회의 통과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전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 산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을 골자로 한 첫 사업재편계획을 공식 제출하면서 산업부가 제시한 연말 자구안 시한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실행된다면 대산 석화단지의 에틸렌 생산량은 연 195만t에서 85만t 수준으로 줄어들어 정부가 설정한 자율 감축 목표치(270만~370만t)의 약 3분의 1이 충족된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여수로 쏠리고 있다. LG화학, 여천NCC, 롯데케미칼 등 주요 기업이 집중돼 있는 여수는 국내 최대 산단이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626만t으로 국내의 절반을 차지한다.
다만 여수는 기업 수와 공정 조합이 가장 복잡해 감산·통합·전환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고 구조조정 난이도 역시 가장 높다. 산업부가 연말까지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배제하겠다고 밝힌 것도 여수 재편을 가속화하기 위한 신호로 해석된다.
여수에서는 이미 여러 협의가 진행됐지만 본격적인 합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기존 NCC를 GS칼텍스에 매각하고 합작사를 설립해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협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도 구조조정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나 여천NCC의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이해관계 조정 문제가 남아 논의는 정체돼 있다.
울산 역시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이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에쓰오일은 연산 180만t 규모의 샤힌프로젝트가 정부 구조개편 기조에 반하는 투자가 아니라 고효율 설비 확충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라고 판단해 재편 논의 속도가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특별법의 통과 여부가 구조조정의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특별법에서 감축과 전환에 대한 지원 기준이 제시되면 대산 1호 이후 이어졌던 눈치보기 구도가 속도전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여수의 복잡성과 기업 간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단기간 성과는 어렵다고 본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여수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조합도 많아 구조조정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일인 만큼 정부가 압박만 앞세우기보다 지원과 조율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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