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집값 우려 …올해 마지막 금통위 기준금리 2.5% '동결'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1.27 16:05  수정 2025.11.27 17:54

한은 금통위, 지난 7월 이후 기준금리 네 차례 연속 '동결'

정책 문구 달라져…금리 인하 기조 유지→가능성 열어둬"

전문가 "원화 약세 상황서 한미 금리 차 넓히는 모험 피한 것"

"내년 1~2차례 인하 가능성 있지만…적극 추진하긴 어려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지난 7월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는 등 고환율 상황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섣부른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 금통위 회의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올해 2월과 5월에도 추가 인하를 단행해 총 1%포인트(p)를 낮췄다. 이후 7월, 8월과 지난달에 이어 4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높아진 환율, 내수 회복세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지난 전망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 주택 시장에선 가격 상승 폭과 거래량이 둔화되었지만 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147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 주택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77.1원으로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연금 동원을 시사했지만, 환율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가 오르며 원자재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집값 불안도 금리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의 규제로 수도권 집값 상승폭이 둔화되는 흐름이지만, 여전히 가격 상승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섣부른 금리 인하는 주택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반도체 수출 호조와 민간 소비 회복 등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압박이 연초보다 크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책 문구도 달라졌다. 금통위는 이번 의결문에서 기존 '금리 인하 기조 유지' 문구를 삭제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대체했다. 향후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장기 동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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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환율과 부동산 등 금융 안정 요인을 우선 고려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내년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금통위에서는 환율 문제가 가장 큰 고려 사항이 된 것 같다. 원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를 넓히는 모험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연준이 12월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더라도 금리 차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경제성장률도 내년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를 내릴 시급성은 크지 않다"며 "내년에도 소비와 건설 부진이 이어진다면 한두 차례 인하 가능성은 있지만, 인플레이션 안정, 환율 안정, 집값 관리가 선행돼야 해 적극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에서 표현을 '금리 인하 기조'가 아닌 '인하 가능성'으로 바꾼 것은 보다 신중한 스탠스를 드러낸 것"이라며 "성장과 물가 흐름은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지만, 환율과 집값 부담이 여전한 만큼 섣불리 금리를 내릴 경우의 부작용을 경계한 판단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선 "상반기에는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나아지는 모습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결국 이번 동결은 금융안정 리스크를 우선 고려한 조치로, 금리 인하의 문은 열려 있지만 불확실성과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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