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5%로 동결
1470원대 치솟은 환율·반등한 집값·늘어난 가계대출 자극 우려
“금리 완화 기조 유지 어려워져…내년 1~2회 인하 가능성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27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고환율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 등 금융안정 부담이 이어지면서 시장 예상대로 추가 금리 인하에는 제동이 걸렸다.
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행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인하에 이어 올해 2월과 5월에도 금리를 낮추며 총 1%포인트(p)를 인하한 바 있다.
이후 7월과 8월, 지난달에 이어 이번까지 네 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이번 동결은 시장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환율 급등과 수도권 집값 반등,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를 넘나들며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부동산 시장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7% 상승하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오름세가 이어졌다.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2조6519억원 늘며, 이미 10월 증가폭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7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금리를 더 낮출 경우 대출 수요가 다시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수 사정만 보면 추가 인하를 검토할 여지도 있지만, 부동산 과열 조짐과 고착된 원화 약세가 금융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한은이 동결을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0.9%에서 1.0%, 내년 전망을 1.6%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회복과 민간 소비 개선 등을 반영한 결과다.
이 같은 경기 회복 흐름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근거로, 시장에서는 아예 이번 금리 완화 기조가 종료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있다. 내년 4월 한은 총재 교체 이후 통화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까지 1~2회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성장률 상승은 기저효과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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