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새 CEO에 류재철… 가전·전장·공조 '3축 강화'로 조직 재편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1.27 17:19  수정 2025.11.27 17:19

생활가전 이끌던 류재철, 신임 CEO로… 전장·공조도 사장급 승진

승진자 34명·신설 조직 다수… B2B·webOS·로봇 중심 새 판 짜기

조주완 사장은 4년 만에 용퇴… 인도 IPO 등 성과 남기고 퇴장

ⓒ데일리안DB

LG전자가 27일 2026년도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내년 경영 키워드를 ‘기술 기반 본원 경쟁력’과 ‘B2B 기반 성장 가속화’로 못 박았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생활가전(H&A)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린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이 신임 CEO로 선임된 점이다. 업계 관심사였던 조주완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는 ‘용퇴’로 결론 나면서 조직의 세대 교체와 리더십 전환이 동시에 이뤄졌다.


류재철 사장은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에서 출발해 연구개발과 사업 양쪽을 모두 경험한 ‘기술형 CEO’다. 지난 3년간 생활가전을 맡아 북미·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굳혔고, UP가전·구독 서비스 등 LG전자의 새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미국 관세 이슈 속에서도 실적 충격을 최소화해 본원 경쟁력을 유지한 점도 신임 CEO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장(VS)·냉난방공조(ES) 사업본부장이 모두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는 LG전자가 생활가전 중심이던 수익 구조를 전장·공조 중심의 B2B 포트폴리오로 본격 확장하는 흐름을 더욱 분명히 한다.


은석현 VS사업본부장은 2021년 말부터 전장을 이끌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중심으로 매출과 수익성 모두를 개선했고, 전기차 부품·램프 사업 효율화를 통해 성장 기반을 다졌다.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은 가정·상업용 공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초대형 칠러 중심의 산업·발전용 공조 사업 기회를 넓히며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이끌었다.


두 본부의 사장 승진은 “LG전자의 성장축이 더 이상 가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부사장 2명, 전무 9명, 상무 21명 등 총 34명의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46명) 대비 규모는 줄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체 인력 규모 조정보다는, 성장 분야 중심의 선택과 집중 기조를 반영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B2B·플랫폼·신사업을 중심으로 잠재력 있는 리더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인사 효율성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조직개편 역시 이런 흐름과 직결된다. 기존 4개 사업본부 체제는 유지했지만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 기능 조직을 과감하게 통합했다. 반면 냉난방공조·webOS·로봇 등 미래 성장 영역에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격상해 역량을 집중했다.


HS사업본부는 글로벌 B2B 확대를 위해 HS B2B해외영업담당을 신설하고, 빌트인·쿠킹사업담당을 사업부 체제로 격상했다. 또 가정용 로봇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HS로보틱스연구소를 새로 만들었다. MS사업본부는 TV·IT를 통합해 디스플레이사업부를 신설하고, webOS 광고사업조직은 담당급으로 확대됐다. ES사업본부는 산업용 냉각솔루션을 포함하는 어플라이드사업담당과 ES M&A담당·ES해외영업담당을 신설해 사업 기회를 넓힌다.


CTO부문에는 HS선행연구소와 차세대컴퓨팅연구소가 신설돼 미래 기술 확보에 나선다. 전사 AI 전환을 강화하기 위해 DX센터와 업무혁신담당을 통합한 AX센터도 꾸려졌다. 이는 제품·서비스·업무 전반에서 AI 기반 효율화와 기술 내재화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인사에서 조주완 사장은 4년 만에 용퇴했다. 조 사장은 재임 기간 B2B·Non-HW·D2C 중심의 질적 성장 기반을 닦았고, 인도 법인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기반을 마련했다. LG전자 측은 “조 사장의 체질개선 성과 위에서 기술 기반의 성장 엔진을 다시 설계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LG전자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추가 생활가전에서 전장·공조·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동시에 기술 이해도가 높은 CEO의 선임을 두고, 제조·품질·R&D 중심의 본원 경쟁력 강화가 내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LG전자는 “기술 기반 경쟁력과 책임 경영 체계를 강화해 지속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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