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X’ 소시오패스도 납득시키는 김유정의 힘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2.01 11:40  수정 2025.12.01 11:40

배우 김유정이 독기를 품고 돌아왔다. 소시오패스라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소화해 내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아버지라는 족쇄에서 끊어낸 쾌감을 표현한 장면은 “신들린 연기”라는 극찬을 끌어냈다. 이 같은 반응에도 김유정은 “시청자를 잘 설득해 다행”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 것에 감사했다.


ⓒ티빙

티빙에서 공개 중인 드라마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 그리고 그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의 이야기를 담는다.


김유정은 이 드라마에서 반회적 인격장애가 있는 인기 배우 백아진 역을 맡았다. 아버지의 학대를 받던 유년 시절부터 시작해 복수를 이뤄내고 톱배우가 된 후 몰락하기까지. ‘친애하는 X’는 백아진의 일대기를 그리는 드라마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분량이 압도적이다. 어두운 비밀과 핏빛 복수가 난무하는 장르 특성상 극한의 감정도 필요했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만나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김유정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채웠다.


“강한 표현들이 워낙 많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데 나보다 감독님과 주변 동료들이 오히려 더 걱정을 해주셨다.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극한 상황에선 ‘컷’을 듣고 나서도 바로 빠져나오지 못한 적이 있다. 가끔 내가 무슨 연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나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시작을 할 때부터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괜찮았다.”


마냥 잔혹한 악녀가 아닌, 소시오패스 캐릭터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백아진의 묘한 분위기, 알 수 없는 속내를 통해 ‘친애하는 X’의 긴장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쓴 만큼, 김유정 또한 백아진에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었다.


“백아진을 연기할 때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감정을 느끼시길 바랐다. 미묘한 표현들을 하려고 했다. 사실 연기할 때는 내가 눈을 얼마나 크게 뜨고 있는지 그런 걸 잘 모르지 않나. 그런데 취조신 같은 경우엔, 내가 한 걸 보면서 ‘백아진이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꼈다.”



ⓒ티빙

최대한 과몰입을 피하고자 했지만, 그럼에도 복수와 성공, 몰락을 겪는 아진을 연기하며 함께 고통을 겪었다. 자연스럽게 살이 빠질 만큼 치열했던 그의 몰입이, 시청자들을 ‘친애하는 X’에 더욱 빠져들게 한 이유였다.


“초반 아진과 지금의 아진이 많이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진이 피폐해져 갔다. 원래도 생기가 없는데, 점점 더 없어지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제가 연기를 하면서 겪는 심리적 변화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 다만 그게 아진을 연기할 때도 도움이 됐기에 일부러 회복을 하려고 하진 않았다.”


이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어 감사했다. 아역 출신으로 다양한 작품을 소화했지만, 백아진만큼 파격적인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욕심내지 않고, 백아진을 잘 표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 같은 ‘덜어냄’이 캐릭터의 섬뜩함을 배가한 비결이 됐다.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팜므파탈처럼 보여야겠다고 일부러 노력한 건 아닌데, 누구라도 현혹될 수 있는 모습은 필요했다. 이미지도 그렇지만, 내뱉는 말이나 행동도 중요했다. 누군가를 확 감는 역할이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화면에 잘 표현이 돼 다행이었다. 가장 중점으로 둔 건 자연스러움이었다. 백아진이라면 그런 것까지 계산하지 않았을까. 그냥 보면 자연스러워서 모르다가 확 가스라이팅이 시작되는, 백아진의 그런 면모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했다.”


마냥 잔혹한 작품은 아니길 바랐다. 깊은 내면에 자리하고 있을지 모를 욕망을 들여다보거나, 혹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되새겨 보는 등 ‘친애하는 X’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들을 짚으며 시청자들에게 진심이 잘 닿기를 바랐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아진의 치열함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방식도 선택도 잘못됐지만 어떻게 보면 모두가 가진 욕망일 수 있다. 내면 깊은, 어느 한 구석엔 잘 되고 싶은 욕망이 있을 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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