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합의 후 한 달 만에 수출 성사
구제역 청정 인정 기반 시장 확대 기대
시민들이 한우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제주산 한우와 돼지고기가 1일 싱가포르 수출길에 올랐다. 11월 2일 2025 APEC 정상회의 한국·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수출을 공식 합의한 지 한 달 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주특별자치도청과 공동으로 이날 오후 2시 제주항에서 제주산 한우와 돼지고기 첫 수출을 기념하는 선적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과 오영훈 제주도지사, 송성옥 광주식약청장, 수출업체, 생산자단체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추진 성과를 공유하고 유공자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수출 차량 앞에서 진행된 제막 행사에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 비전도 발표했다.
싱가포르 수출작업장은 제주축협(도축), 서귀포시축협(가공), 제주양돈농협(도축·가공), 대한에프엔비(가공), 몬트락(가공) 등 6곳이다. 초도 물량은 한우·돼지고기 4.5t으로 약 2억8000만원 규모다.
이번 수출은 우리 축산물의 안전성을 싱가포르가 인정한 결과다.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축산업계가 수년간 협력하며 수출시장 다각화를 추진해 온 성과다.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2016년부터 제주도청과 함께 싱가포르 당국과 수출 협상을 이어왔으며, 국내 축산물 안전관리와 검역체계에 대한 동등성 인정도 추진해 왔다. 농식품부는 2025년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총회에서 제주 지역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며 방역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확인받았다.
양 부처는 11월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싱가포르와 위생·검역 조건을 최종 타결했다. 제주도와 수출업체, 농협중앙회, 생산자단체 등과 협력해 싱가포르 현지실사를 준비했으며, 8월 실사에서 우리 정부 제출 명단을 현지 점검 없이 ‘목록 승인’하는 조건이 반영되는 등 위생·검역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도 나왔다.
식약처는 업계를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열어 수출 조건을 안내하고, 제주도와 함께 수출작업장을 세 차례 점검하며 업체별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했다.
제주도는 오영훈 지사가 이끈 경제교류단의 2023년 싱가포르 방문을 계기로 수출 전략을 본격화했다. 2023년 7월 농식품부에 구제역 청정지역 인증을 건의하며 TF를 꾸려 대응했고, 올해 5월 청정지역 인증을 확보했다.
싱가포르는 고소득 국가로 축산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축산물 시장은 2019년 31억달러에서 2023년 39억달러로 성장한 유망 시장으로, 이번 수출로 국내 생산·가공·유통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훈 실장은 “케이(K)-푸드와 함께 싱가포르 시민들이 우리 축산물을 편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현지 홍보·판촉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검역 협상을 통해 신규 시장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는 국내에서 최초로 한우와 돼지고기를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지역이 됐다”며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까지 수출선이 확대된 만큼 동남아로 판로를 넓힐 수 있도록 유통망 구축과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송성옥 광주식약청장은 “싱가포르 수출은 우리 축산물 안전관리체계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계기”라며 “식약처는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관계부처와 업계와 긴밀히 협력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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