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과 없고, 당내와 엇박'…장동혁號 앞길에 '먹구름'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12.04 05:10  수정 2025.12.04 06:04

張 "계엄, 의회폭거 맞서기 위한 것"

송언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사과"

당내 의원들 25명은 "尹 단절" 선언

일각선 "張 고립될 것…태도 바꿔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요구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았다. 대신 비상계엄을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수단"이라고 평가하면서 더 강경한 지지층 끌어안기 행보를 예고했다. 당 안팎에선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다수의 의원들이 사과의 메시지를 낸 만큼 향후 장 대표의 당 운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적었다. 이날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 선포 1년째 되는 날이자, 장 대표의 취임 100일이기도 하다.


장 대표의 이 같은 메시지는 파면당한 윤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12·3 비상계엄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자유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전복 기도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헌법수호책무의 결연한 이행이었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와 더불어 장 대표는 "보수정치가 외면받는 이유는 핵심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 아니다. 보수가 지켜온 진정한 가치를 시대에 맞는 언어로 국민께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체성과 신념, 그리고 애국심을 갖춘 보수정치의 4번 타자가 되겠다"고 더 강경한 대여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장 대표가 계엄 1년째 되는 날 이 같은 메시지를 낸 것이 '대여 투쟁 강화' 카드로 여론 반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날 새벽 추경호 의원(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데다, 여야가 검찰의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에 대한 국정조사를 사실상 실시하기로 하면서 대여 투쟁의 폭이 넓어진 점이 장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확실히 정부·여당에 불리한 판이 깔리면서 장 대표가 대여 공세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을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그런 메시지를 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당내에선 장 대표의 이 같은 태도에 반발하는 기류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25명은 이날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들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권영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야당(민주당)의 입법 독재와 폭주가 아무리 심각했다 하더라도 계엄 선포는 결코 해서는 안될 잘못된 선택"이라며 "중진의원으로서 이를 막지 못한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깊이 반성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계엄은 미친 짓이고, 이재명에게 정권을 상납한 건 씻을 수 없는 잘못"이라며 "강경 지지층만 챙기는 태도로는 이길 수가 없다. 국민들이 많이 생각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장 대표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심지어 원내 지도부를 이끄는 송언석 원내대표는 장 대표와 달리 공식 사과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계엄 사과'를 두고 이견을 노출하면서 당내에선 분열에 대한 우려도 점증하는 모양새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대표가 사과를 거부한 상황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사과는 상징성이 크다"며 "장동혁 지도부가 지금 당원 다수의 마음을 대표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 같은 엇박은 향후 장 대표의 당 운영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송 원내대표가 당내 의견을 수렴해서 사과 메시지를 내면서 장 대표가 고립되는 그림이 그려진 것"이라며 "(장 대표) 본인 입장에선 확고한 지지층을 안고 가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대표의 의중을 얼마나 따라와줄지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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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하면 민주당 내란정당이라고  해체한다고 날리칠텐데  .법도엄멍 25명이사람들은 찍소리도 못하면서..어따대고
    2025.12.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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