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왜곡죄' 강행 처리 나서…법조계 "위헌 소지 다분"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12.04 11:47  수정 2025.12.04 11:52

위반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 처하도록 규정

李대통령 '사법리스크'·법원 尹 구속 취소, 추진 배경 꼽혀

이미 직권남용죄 등 '권한 남용' 등 처벌 근거 규정 마련

前 변협·여성변호사회 회장들 "사법 통제 불러올 도구 될 것"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6차 전체회의에서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여권이 사법부와 검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왜곡죄 신설에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권 독립 침해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위헌 소지다 다분하다며 여권의 법왜곡죄 신설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


4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은 전날 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의결에 반발해 퇴장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법왜곡죄란 법관·검사가 법령을 명백히 왜곡하여 독단적·자의적으로 법 해석·적용을 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법왜곡죄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사법리스크'가 가장 먼저 꼽힌다. 민주당은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해 무리하게 이재명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구속 기간을 '날짜'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법리를 적용해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것 역시 법왜곡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소급해서 처벌하는 건 무조건 위헌"이라면서도 "만약 지 부장판사가 (내란 재판) 1심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풀어주거나 무죄를 선고한다면 그때는 처벌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독일의 법왜곡죄 조항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독일 형법 제339조(법왜곡죄, Rechtsbeugung)는 '판사, 기타 공무원 또는 중재판사가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법률을 왜곡한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독일의 경우 '절차 조작'이나 '권한 남용'이 명백하게 법왜곡죄를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이미 직권남용죄, 직무유기죄 등 기존 형법으로 검사와 판사의 권한 남용이나 절차 조작 등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고 심급 제도(항소·상고), 탄핵 제도 등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마련한 '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의 위헌성 긴급세미나'에 참석해 "직권남용과 법 왜곡의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직권남용에 비해 법 왜곡이 가중 처벌돼야 할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며 "법적 혼란을 초래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 헌법 103조를 위반하는 만큼 위헌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가 시대상과 맞지 않아 소신을 가지고 판결했는데 대법원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사실상 잘못 판결한 셈이 돼 버리고 자의적으로 법 해석을 했다고 판단될 수 있다"며 "소신 있는 재판을 못 한다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 침해되는 의미인 만큼 법왜곡죄는 위헌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김현 변호사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9명과 이은경 변호사 등 전직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4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법왜곡죄는 사법권 침해를 넘어, 판·검사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고소·고발 남발과 정치적 사법 통제를 불러올 위험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증거가 제한적인 사건에서 검사가 정황증거와 진술의 신빙성을 종합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명백한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우려해 방어적 기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사법 장악 시도라는 의심을 가지게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데일리안DB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