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사건 무혐의 처분하도록 영향력 행사했나' 등 질문에 묵묵부답
특검, 최근 尹부부-박 전 장관 사이 수차례 연락 주고받은 사실 확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특검)팀이 4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세 번째로 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상대로 검찰 인사에 개입하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쯤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도착했다. 박 전 장관은 '김 여사 사건 무혐의 처분하도록 영향력 행사했나' '(명품백) 전담수사팀 구성과 관련해 김 여사 메시지를 받고 검찰 인사에 반영했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청사로 향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법무부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는 등 내란에 순차 가담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최근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지난해 5월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2일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틀 뒤인 5월4일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장관과 1시간15분가량 통화했다. 다음 날인 5일에는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김혜경·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되나',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이 2년이 넘었는데 방치된 이유가 뭐냐'는 취지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에 관한 검찰 상황분석'이라는 글도 보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5월12일에도 박 전 장관에게 4차례 전화해 총 42분간 통화했다. 이튿날인 13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검사를 전원 물갈이하고, 이 전 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5월15일에는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이 박 전 장관에게 차례로 같은 내용의 '지라시'를 보냈다. 지라시 내용은 이 전 총장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자 항의성으로 김 여사에 대한 신속 수사를 수사팀에 지시했고, 결국 수사팀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지라시를 받은 박 전 장관은 15일 오전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해 약 10분 동안 통화했다.
특검팀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복원하면서 박 전 장관이 김 여사를 '김안방'으로 저장한 내역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안일을 관리하는 '안방마님'의 줄임말로 추정되는데, 김 여사와 박 전 장관이 가까운 사이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특검팀은 의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정치적 운명 공동체'였다고 보고 있다.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는 사이로서 검찰 인사에 개입하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5월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이 전면 물갈이된 후, 수사팀은 김 여사를 검찰청 대신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하고 명품백과 주가조작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 이후 박 전 장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두 차례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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