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잠 시대 초읽기…K-조선 ‘30년 숙원’ 분기점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2.08 06:00  수정 2025.12.08 06:00

핵추진잠수함 승인 이후 실무협의체 가동

한화 필리조선소 활용한 병행 건조 거론

SMR·수출 효과까지…장기 파급력 기대

한미 양국은 원자력·조선·핵추진잠수함 분야 후속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기 위해 실무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한미가 원자력·조선·핵추진잠수함 분야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의체 가동에 착수하면서 한국의 ‘핵잠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섰다. 30년 넘게 양국 간 이견으로 묶여 있던 핵잠 논의가 실질 의제로 이동하면서 장기적인 파급력이 주목된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번 협의는 그동안 금기시되던 핵추진잠수함 이슈가 본격적인 정책·산업 협력 논의로 전환되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회담에서 양국은 원자력·조선·핵추진잠수함 분야 후속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실무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절차 착수를 요청했고 미국은 관련 논의를 긴밀히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핵잠 승인도 산업 지형을 크게 흔드는 요인이다. 조나단 프리츠 미 국무부 선임 부차관보는 지난 3일(현지시간) 포럼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가 ‘역내 위협에 대응하는 집단적 역량을 강화하는 조치’라며 북한은 물론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견제 흐름과도 맞닿아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핵잠이 한·미 전략 협력의 확장축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외교부는 “우리의 핵잠 운용은 한반도 안보 대응 차원일 뿐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핵잠 연료 공급과 기술 협력 논의 과정에서 중국 변수는 여전히 민감한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조선업계에서는 미국 내 핵잠 공급 부족이 한국 조선사의 역할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연간 1.2척 수준의 핵잠 건조 능력만 확보한 상황으로, 2054년까지 66척을 확보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를 포함해 한·미가 병행 건조하는 ‘투트랙 전략’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방식은 선체·블록 제작을 필리조선소가 맡고 원자로·전투체계는 미국 조선소가 담당하는 구조다. 공급망 병목을 줄이고 규제가 집중되는 핵심 공정은 미국 내에서 처리할 수 있어 양국 모두에 실익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전 국가안보실 방산담당관)은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필리조선소를 활용한 병행 건조는 미국의 건조 속도를 끌어올리고 한국도 계획된 핵잠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어 ‘윈-윈’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인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등 이슈는 실제 조선사 실적 반영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핵잠은 건조 착수까지 최소 5년, 진수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과도한 기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협의가 한국형 핵잠 개발의 ‘30년 준비 끝에 열린 서막’이란 분위기도 강하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핵잠용 소형모듈원전(SMR)을 2027~2028년 개발 목표로 삼는다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선박용 SMR을 통해 기술 성숙 개연성을 기대할 수 있다”며 “핵잠 개발은 쇄빙선 등 차세대 선종과 재래식 잠수함 수출 사업에서도 긍정적 브랜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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