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형 아이의 몰입을 돕는 방, 공부와 감성의 균형 [신은경의 ‘내 아이가 자라는 공간㊾]

이번 의뢰인은 이사를 앞두고, 아이에게 딱 맞는 방을 만들어 주고 싶다며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접어드는 시점, 단순히 예쁜 방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과 생활 방식에 맞춘 공간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아이의 성격은 또래보다 뚜렷하고 성숙했다. 학교에서는 늘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반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선생님들에게도 신뢰받는 아이였다. 논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감이 강하고 기준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질은 방의 구조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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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은 학습과 휴식이 명확히 분리되도록 구성되었다. 침대는 방의 한쪽 벽에 안정적으로 배치하고, 그 앞에는 낮은 수납장을 두어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생활 영역의 구분을 만들어주었다. 이 수납장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기능 외에도, 시선과 동선을 부드럽게 끊어주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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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 창가에 배치되어 자연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이는 몰입력이 뛰어나고, 한 번 집중하면 흐름을 끊기지 않기를 바라는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책상은 침대와 마주하지 않고 책상 뒤 책장을 두어 완전한 학습공간이라는 인식을 주게 했다, 책상 옆에는 상부 책장과 수납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 학습에 필요한 자료나 도구를 쉽게 꺼내고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돈된 수납 구조는 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다.

이전에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보였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은 많이 유연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본인의 기준과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성향이 남아 있다. 그래서 모든 활동이 끝맺음을 맺지 않더라도, 중간에 멈추고 다시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 책상 한쪽에는 작업물을 잠시 둘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두었고, 아이가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정리하거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백도 함께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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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쪽에는 아늑한 1인용 소파를 두고 작은 도서 코너를 마련했다. 활동성과 창의성을 모두 가진 이 아이에게는,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파 옆에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커튼과 함께,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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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의 또 다른 핵심은 전반적인 색감과 재질 선택에 있다. 무채색 계열의 베이지, 화이트, 크림톤으로 구성된 공간은 감각적인 취향을 가진 아이의 성향에 잘 맞는다. 다양한 감각 자극을 주는 장식 대신, 간결하고 질서 정연한 디자인을 택해 심리적 과부하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의 취향은 어른과 닮아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예뻐야 하며, 너무 유아스럽거나 과하게 장식적인 것은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따라서 인테리어도 유치한 요소를 배제하고, 실용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가구들로 채워졌다. 책상, 침대, 수납장 등은 모두 단단하고 구조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감성보다는 기능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공간을 구성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바로 기능 간의 '경계'였다. 공부는 공부답게, 휴식은 휴식답게 구분된 공간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아이가 각 활동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조절력과 계획력이 뛰어난 아이라면, 이 경계가 무너질 때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이번 공간은 그러한 부분을 섬세하게 고려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한 아이의 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 아이가 살아가는 방식, 생각하는 구조,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든 하나의 작은 세계다. 이번 방은 ‘그 아이다운 방’이었다. 완벽하게 정리된 곳이면서도 유연한 변화와 자기표현이 가능한 장소, 몰입과 회복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