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장벽 허물었지만 물류·유통은 남았다…한·영 FTA가 남긴 과제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2.17 10:38  수정 2025.12.17 10:38

원산지 기준 완화…가공식품 수출 문턱↓

K-푸드 전반 기대감…활용 폭 넓어질 것

기업별 체감 온도차…현지 생산 비중 변수

유통·현지화가 성패 가를 것으로 예측 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냉동만두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이 타결되면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K-푸드 수출 환경이 한층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가공식품 원산지 기준 완화로 수출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업별 사업 구조와 생산 방식에 따라 FTA 효과를 체감하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란 온도차도 함께 감지된다. 국내 생산·수출 중심 기업과 달리, 이미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은 관세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협정 발효까지 일정한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유럽 시장 특성상 현지화 전략과 유통·물류 인프라가 관세보다 더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도 업계가 짚는 대목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영국 런던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장관과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타결하고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적용되던 엄격한 원산지 기준을 완화해 우리 기업이 FTA 특혜 관세를 더욱 쉽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대표적으로 K-뷰티, K-푸드 등 수출 유망 품목의 원산지 기준이 완화됐다.


이에 따라 화장품 등 화학제품은 화학반응, 정제, 혼합 및 배합 등 공정이 당사국에서 수행되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만두, 떡볶이, 김밥, 김치와 같은 가공식품의 경우 밀가루, 채소 등 원재료가 역내산이어야 무관세가 적용됐으나, 해당 요건이 삭제됐다.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타결로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수출 환경이 한층 유연해질 것이란 기대를 내놓고 있다. 가공식품 원산지 기준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FTA 특혜 적용에 제약을 받았던 제품군의 수출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평가다.


쉽게 말해 원재료 조달 방식이나 생산 공정 때문에 원산지 요건을 맞추기 어려웠던 가공식품도 보다 폭넓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제품 기획과 생산 전략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특히 만두, 떡볶이, 김밥, 김치 등 K-푸드 대표 품목은 원재료 일부를 역외에서 조달하더라도 FTA 적용이 가능해져, 수출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산지가 한국산이라는 것을 증빙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이번 FTA 타결로 다양한 제품을 더 적극적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되면서 K-푸드 확산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K-푸드페스타에서 한 관계자가 시식용 떡볶이를 담고 있다.ⓒ뉴시스

반면 식품업계 전반에서 기대감 만큼이나 신중론도 제기된다. FTA 개선이 긍정적인 방향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곧바로 실적 개선이나 수출 급증으로 연결짓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별 사업 구조에 따라 FTA 효과를 체감하는 속도에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국내 생산 후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관세 인하 효과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반면, 이미 영국이나 유럽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은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FTA는 분명 수출 여건을 개선하는 요소지만, 이미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 기업에는 관세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기업별로 전략에 따라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 발효까지 일정한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업계가 단기 효과를 제한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FTA 개정이 현장에서 적용되기까지는 세부 이행 절차와 행정 준비가 필요해, 단기간 내 변화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유럽 시장 특성상 관세보다 물류·유통망, 현지화 전략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도 FTA 효과가 기업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냉동·냉장 물류 인프라, 현지 유통 채널 확보, 소비자 기호에 맞춘 제품 현지화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관세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식품업계에 수출 환경을 정비해주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성과를 단기간에 단정하기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관세 장벽이 낮아진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기업의 현지 전략과 시장 대응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각 기업의 현지화 전략과 유통·물류 대응 역량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상세한 품목별 적용 여부 및 세부 기준은 향후 협정문이 공개되는 대로 각 기업별 대응 전략이 달라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FTA 개선으로 제도적 여건은 한층 나아졌지만, 수출 성과는 결국 현지 유통망과 제품 현지화 전략이 얼마나 뒷받침 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기회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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