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역사 해운조합, 선원 차별·내항 해운 위기 대응 ‘올인’ [D:로그인]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2.22 07:00  수정 2025.12.22 07:00

1949년 설립한 비영리 특수법인

국내 물류 18% 책임지는 연안선사

세제 차별·선원 고령화로 위기 고조

이채익 이사장 “국회·정부 협조 간절”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 해운업은 수출입 중심 경제 구조 속에서 국가 성장과 산업 발전을 견인해 온 핵심 기간산업이다. 자원 빈국이자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해운은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지탱하는 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는 해상을 통해 운송된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석유·가스, 곡물 등 주요 전략 물자는 해운망 없이는 공급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운업이 흔들리면 제조업 가동과 국민 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해운은 흔히 ‘대한민국의 혈관’으로 불린다.


해운업 역사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사와 궤를 같이한다. 해방 이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적선사 육성에 나선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과 함께 해운 산업을 본격적으로 성장시켰다. 원유와 철광석, 석탄 등 대량 화물 운송이 늘어나며 해운은 산업화의 기반 역할을 수행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컨테이너 해운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됐다. 한때 한국 해운은 세계 상위권 경쟁력을 확보하며 국제 물류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해운 경기 침체 속에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고,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은 국내 해운 산업 전반에 큰 충격을 남겼다.


이후 정부는 해운재건 정책을 통해 국적선사 경쟁력 회복과 선복량 확충에 나섰다. 해운업은 다시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지정학적 갈등을 겪으며 해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 과정에서 국제 운임 급등과 물류 대란은 해운이 곧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해운업은 항만과 물류, 조선, 금융, 보험 등 연관 산업에도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항만 산업은 지역 경제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해운 산업은 직접·간접 고용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 전반에 이바지해 왔다.


최근에는 친환경·디지털 전환이 해운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해사 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 선박 도입과 스마트 해운 기술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는 해운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미래 산업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해운업을 과거의 운송 산업이 아닌, 미래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 해운업은 국가 성장을 가능하게 한 보이지 않는 기반이자, 글로벌 불확실성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핵심 산업이라는 평가다.



한국해운조합 전경. ⓒ한국해운조합
연안해운 선주·근로자 권익 보호 목적


한국해운조합(KSA, 이사장 이채익)은 연안 해운업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과 국민경제 균형 발전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특수법인이다. 한국전쟁 직전인 1949년 ‘한국해운조합법’에 기반해 설립했다. 올해로 역사가 76년에 이르는 조직이다.


선주들의 결집체, 해운 경제의 중심 1962년 설립된 한국해운조합은 우리나라 연안해운 발전을 위해 조직된 비영리 법인이다. 현재 전국 2200여 개의 선사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이들의 권익 보호와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은 국내 연안해운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해상교통 질서 확립을 위해 설립된 해운 분야 대표 협동조합이다. 연안여객선과 화물선사를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동시에, 국민의 안전한 해상 이동과 물류 흐름을 뒷받침하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은 해운법에 근거해 설립된 법정단체로, 연안해운 사업자의 공동 이익 증진과 해운 산업의 안정적 운영을 목적으로 한다. 전국 연안을 운항하는 여객선·화물선 사업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와 업계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한국해운조합은 연안여객선의 안전 운항과 서비스 품질 제고에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여객선 안전 점검과 운항 관리 지원, 선원 교육과 안전 문화 확산을 통해 해상교통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섬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이동을 책임지는 연안여객선의 특성상, 조합의 역할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는 평가다.


연안해운 산업의 경영 안정화 역시 한국해운조합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조합은 공제사업을 통해 조합원 선사의 각종 해상 사고와 손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민간 보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연안해운 특유의 위험을 분산하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중소 선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연안해운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조합은 연안해운 정책 수립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여객·화물 운임 제도, 항로 유지 정책, 도서 지역 교통 지원 등과 관련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제도 개선과 정책 보완에 이바지하고 있다. 연안해운이 단순한 산업을 넘어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조합의 정책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 도입과 디지털 전환 등 해운 산업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국제 환경 규제 강화와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서 연안해운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합은 조합원 대상 정보 제공과 제도 대응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은 이처럼 연안해운 산업의 안정적 운영과 국민 해상교통의 안전을 동시에 책임지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해운조합이 앞으로도 연안해운의 공공성과 산업성을 조화시키며, 지역 균형 발전과 해상교통 복지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세제 불균형, 내항 산업 위기 키워…반드시 개선”
[인터뷰]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100개 과제 바탕 조합원 권익 향상
“소득세 차별·선원 고령화 반드시 풀어”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한국해운조합

“현재 해운업계가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원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장 중요하다. 선원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인력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채익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지난해 9월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취임 일성으로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성과를 거두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취임 후 100일간 전국 현장점검을 최우선으로 진행하여 이사장이 일선에서 조합원사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토대로 조합의 중·단기 플랜을 만들고 비전을 선포하겠다”고 했다.


실제 그는 취임 후 가장 먼저 ‘비전 실행 100대 과제’를 선정했다. 3년 임기 내 완료할 수 있는 과제를 단기(58건)·중기(20건)·장기(22건)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주요 과제 몇몇만 소개하면 1번 과제 ‘내항 물동량 증대를 위한 제도 활용도 제고’를 시작으로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 확대 ▲내항선원 소득 비과세 확대 ▲연안해운 승무여건 개선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지원 ▲해운 장학재단 설립 등이다.


이 이사장은 특히 선원 고령화 문제를 최일선 해결 과제로 꼽는다. 그 이유에 대해 “현재 내상 선사 96%는 중기업 이하 영세 구조로 운영되고 있고, 내항 선원 가운데 60%가 60세 이상 고령자”라며 “열악한 근로환경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세제 혜택의 불균형은 이런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이 말한 ‘세제 혜택 불균형’은 현재 외항 선원에게 적용되는 월소득 5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말한다.


현재 외항선원은 ‘소득세법’ 등에 따라 월 최대 500만원까지 소득세 면세 혜택을 받는다. 외항선원 비과세는 해외 건설노동자와 함께 국제 경쟁력 확보, ‘외화벌이’ 차원에서 시작한 제도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국외 소득’이고, 국가 경제 필수 산업인 해운과 물류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이유다.


반면 같은 바다에서 근무하는 내항선원 비과세 혜택은 월 최대 20만원의 ‘승선 수당’뿐이다.


선원들은 내·외항 구분 없이 ‘선원법’에 따라 근로 기준을 적용받는다. 일반 노동자들이 노동법 적용을 받는 것과 다르다. 선원법 제정 배경에는 해상노동의 특수성이 반영돼 있다.


현행 ‘선원법’은 외항과 내항을 구분하지 않는다. 사실상 같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차이라면 먼바다에서 일하느냐 가까운 바다에서 일하느냐 정도다. 그런데 소득에 대한 비과세는 25배 차이가 나는 현실이다.


“내항선원의 근로소득 비과세 혜택은 외항선원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 외항이 월 50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는 반면, 내항은 20만원만 적용돼 내항선원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같은 바다 위 다른 세금, 무려 25배의 불공정이다.”


세제 혜택의 불평등은 내항선원 고령화로 이어진다는 게 이 이사장 생각이다. 실질적인 소득 격차가 청년선원 유입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선원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이란 특별법 적용 대상인 만큼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도 다른 산업에 선례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볼 때 내항선원 비과세 혜택 확대는 필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월 12일 한국해운조합이 선원비과세 관련 국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
“근로환경 개선, 해상 안전에도 중요”


이 이사장은 선원 근로환경 개선도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청년들이 선원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다. 낡고 작은 선박, 협소한 선원실, 낡은 위생설비와 전기 시설 등 기본 생활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젊은 층의 승선 기피가 심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 이사장은 총 t수 200t 미만, 선령 25년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내항상선 근로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노후선박과 고령 선원이 맞물린 악순환은 해상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번 사업이 현실화하면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한 청년 인력 유입 차단 문제를 해소하고 고선령 선박의 선내 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선원 복지 향상과 해상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원 문제에 이어 이 이사장이 고문하는 부분은 연안 물류 산업 안정성이다. 해운조합에 따르면 연안화물선은 국내 물류의 18%를 담당하고 있다. 기간산업으로서 핵심 기능을 하지만 선령 25년의 낡은 선박이 57%가 넘는다. 전체 해양사고의 37%가 이런 낡은 선박에서 발생한다.


이 이사장은 낡은 선박이 많은 이유 중 하나를 선사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주요 화주들이 1년 이하 단기계약을 선호하면서 선사가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이다. 계약 기간이 짧다 보니 새로운 배를 만들기 위한 대출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화주가 내항해운 사업자와 장기계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내항화물운송 사업자와 3년 이상 장기계약을 하고, 지출하는 비용에 법인세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우수 선화주 인증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이 추진하는 사업 대부분은 정부나 국회의 도움이 중요하다. 정부는 재정의 지원과 세제 혜택을, 국회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법) 개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를 위해서는 국회가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우수 선화주 인증제 또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선내 환경개선 사업은 민간(선사)과 매칭을 통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선사 입장에서 선박 환경 개선 비용을 모두 감당하기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 선원 근로 안전을 위한 차원에서라도 정부 지원이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이 이사장 생각이다.


“내항 선원은 단순한 근로자가 아니라 국가 해상 물류의 마지막 보루다. 내항해운을 위한 지원은 내항해운에 대한 복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내항선원의 외항유출과 기피현상으로 절멸위기에 처한 내항해운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내항선원에 대한 지원은 청년 인력 유입과 해상안전 확보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지난 1월 개최한 한국해운조합 미션과 비전 선포식 모습. ⓒ한국해운조합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D:로그인'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