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대중문화계는 여전히 역동적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고, 동시에 많은 문제점도 노출했다. K-컬처의 각 영역이 해외에서 보내온 수상 소식은 여전히 반갑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중문화계 역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새로운 인물이 스타가 되기도 했지만, 스타의 몰락도 많았다. 그리고 많은 스타가 진짜 '하늘의 별'이 됐다. 영상 콘텐츠는 여전히 대중의 삶을 지배했지만, 텍스트를 향한 ‘힙’한 흐름도 이어졌다. 이런 2025년도 대중문화계를 가요, 영화, 방송, 공연, 출판 등 각 영역의 1년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올해 대중문화계 사건사고는 연예인들의 사적인 영역이 온오프라인의 여론과 결합해 공적 논쟁으로 비화했다는 점이다. 공항 질서처럼 공공의 안전과 맞닿은 문제부터 열애설·혼외자·불륜·미성년 교제 의혹처럼 사생활의 경계가 흔들린 사안까지 여론은 빠르게 달아올랐다. SNS 등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슈가 퍼지는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사실관계 확인과 책임 규정이 뒤따르기도 전에 '사이버 인민재판'이 먼저 작동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공항은 런웨이가 아니다…하츠투하츠로 촉발된 '과잉 경호' 논란
아이돌이 공항을 런웨이로 삼아 협찬 받은 의상을 뽐내는 관행은 오래됐지만 올해는 반발의 강도가 달랐다. 3월 걸그룹 하츠투하츠가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과정에서 인파가 통제되지 않으며 일반 승객 불편과 안전 우려가 불거졌고, 현장 영상이 확산되며 공공장소에서의 기본 질서 문제가 전면에 섰다. 이 그룹은 6월에도 인천공항에서 경호원이 팬을 강하게 제지하는 장면이 논란이 됐고, 일반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과잉 경호가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공항 운영 주체와 관계기관도 움직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연예인 출입국 시 준수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공항이용계획서 제출 등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개선책을 내놨으나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촬영으로 인한 일반인들의 입국 수속 지연 문제와 부실한 계획서 내용 등을 지적받았다.
ⓒX(구 트위터) ‘윈터 트럭 시위’ 계정
┃열애설은 사생활인데, 왜 '팬 기만'이 됐나…정국·윈터가 남긴 케이팝 산업의 숙제
12월 초 BTS 정국과 에스파 윈터(aespa) 열애설이 제기됐다. 팬들은 그들이 동일하게 한 강아지 모양의 커플타투와 같은 패션 소품 등을 찾아냈고 사실 여부와 별개로 팬덤 내 갈등을 거세게 증폭시켰다.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모두 입장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팬들은 사생활은 존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유사연애를 팔아온 구조 속에서 팬이 소비자로서 기만당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이돌들의 열애설과 팬들의 실망을 반복적으로 겪어온 사람들은 더이상 '유사연애'를 즐기는 팬들의 문제로 보지 않고 케이팝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케이팝 산업은 유료 소통, 팬사인회 등 아이돌과 팬의 유대감을 상품화해 성장했다. 팬덤의 과몰입만 탓하기엔, 산업이 오랫동안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매출 구조 안으로 끌어들여온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열애설에 대한 과한 반응을 제재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두 그룹 멤버들의 현 상황을 기점으로 케이팝 팬덤 내에서는 아이돌 소속사들이 그동안 팔아온 유사연애라는 감정과 그 위에 세워진 산업 구조를 함께 돌아봐야 한다는 또다른 관점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일리안DB
┃스타 김수현의 미성년 교제 의혹
배우 김수현이 고 김새론이 미성년자인 시절부터 교제했다는 의혹에 2025년 한 해 내내 시달리고 있다. 시작은 2024년 3월 24일, 김새론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김수현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싼 의문이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김수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열애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올해 2월 16일 김새론이 세상을 떠나고 한 달 후 3월 10일, 유족 측이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를 통해 "김새론이 미성년자였던 시기부터 김수현과 6년간 교제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이에 골드메달리스트는 교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김새론이 성인 이후 사귀었다며 반박했다.
공방이 길어지면서 사실관계보다 자극적인 증거 공개가 여론을 좌우했다. 유족이 김수현과의 교제를 입증할만한 김새론 지인의 녹음본이나 고인의 메모장, 김수현이 군 복무 당시 남긴 편지 등을 증거로 제출한 한편 김수현은 같은 달 기자회견을 열고 미성년 시절 교제 의혹과 채무 압박 의혹을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가세연 운영자에 대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을 근거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5월에는 녹음본을 두고 김수현 측이 AI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했으나 수사시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판정 불가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이 진흙탕 싸움을 하는 와중에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김수현의 이미지는 추락한 상황이다. 올해 디즈니+에서 공개를 앞두고 있던 김수현 주연의 '넉오프'는 잠정 보류됐으며 당시 출연하던 MBC '굿데이'에도 분량이 거의 편집되는 등 방송가는 발빠르게 김수현 지우기에 나섰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정우성, 혼외자 뒤로 하고 혼인신고
정우성은 8월, 지난해 휘말린 혼외자 논란을 뒤로한 채 교제해오던 여성과 혼인신고를 했다. 지난해 11월 정우성은 모델 문가비가 낳은 아들의 친부라는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문가비는 자신의 SNS를 통해 "두 사람의 선택이었다"고 밝혔으며 정우성도 소속사를 통해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과 난민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개념 연예인이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고, 공식석상에서도 소신발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우성은 지난 15일 열린 디즈니+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 제작발표회에서는 사생활 관련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회피했다.
ⓒ데일리안 DB
┃홍상수-김민희 '득남’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4월 득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들의 불륜관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7년 공개적으로 관계를 인정한 이후 해외 영화제 중심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내왔던 두 사람은 혼인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 소식까지 알려지며 비판과 논쟁을 동시에 불러왔다. 한편 그와 별개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올해도 국제 영화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인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여행자의 필요'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도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로 베를린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김민희가 사실상 방송 활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두 사람의 근황이 전해질 때마다 작품의 성취와 사생활 논란을 어디까지 분리해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반복된다. 불륜 관계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출산 소식까지 겹치며 비판 여론이 재점화됐지만 동시에 예술가의 사생활을 이유로 창작물의 유통·평가까지 제약하는 방식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엔피컴퍼니
┃박나래가 쏘아올린 '주사이모' 게이트
방송인 박나래가 이른바 '주사이모' A씨를 통해 오피스텔 등 병원이 아닌 곳에서 주사나 수액을 맞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법한 의료행위가 되려면 ▲의대 졸업 ▲의사 국가시험 합격 ▲보건소에 의료기관 개설 신고 ▲허가된 장소에서 허가된 범위 안의 진료 이 모든 요소를 충족해야 하는데 A씨는 이 중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됐다.
한편 MBC '나혼자산다'와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에 함께 나오는 샤이니 키와 먹방 크리에이터 입짧은햇님 등 출연진들도 연루됐는데 이들은 A씨로부터 주사나 약물을 처방·투여받은 사실을 인정하며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지난 방송에서 '주사', '링거' 등의 단어를 언급한 인물들을 찾아냈고 전현무, 온유, 정재형 등 박나래와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은 해명 후에도 일각에서는 같은 시술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뉴시스
┃조세호 '조폭 연루설'에 '유퀴즈' 하차
방송인 조세호가 조직폭력배라고 언급된 인물과 친밀해 보이는 모습으로 찍힌 사진이 온라인 상에 퍼지며 '조직폭력배 연루설'이 확산됐다.이에 조세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많은 분께 실망을 드린 점부터 사과드린다. 여러 행사를 다니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사람 관계에 신중해야 했는데 성숙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다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세호가 이전에 겪은 논란까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고 사실여부와 별개로 tvN 토크쇼 '유퀴즈 온 더 블록', KBS2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유퀴즈'를 함께 진행한 유재석에게 불똥이 튀었는데, '유퀴즈'에서 조세호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는 발언, 유튜브 채널 '뜬뜬'에 올라온 '핑계고 시상식'에 대상 후보로 오른 조세호를 두고 박수를 유도한 것을 두고 '여자 연예인이었으면 이렇게 언급할 수 있었겠냐'는 등의 비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소년범 과거 밝혀진 조진웅...'시그널2' 향방은
12월, 배우 조진웅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중범죄를 저질렀으며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송치된 범죄 이력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학 졸업 후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동료 배우와 감독을 폭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조진웅은 소속사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사람들의 관심사는 촬영을 마치고 공개만 앞둔 '시그널2'의 방영 여부로 옮겨갔다. 방송 예정이었던 tvN은 "기획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 관계자들이 함께 한 작품"이라며 "'시그널'이 지닌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작품과 시청자 여러분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미성년 시절 보호처분이 성인이 됐을 때 영향을 미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최초 보도한 연예 매체 디스패치 기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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