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질 듯 견고하게, 거칠면서 애틋하게… 한소희·전종서의 힙한 '프로젝트 Y'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21 06:13  수정 2026.01.21 06:13

시각적 연출과 미장센, 음악 인상적

남성 캐릭터 주변부에 배치하고 두 여성 욕망·액션에 집중

영화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파괴적인 생존 본능과 '날 것'의 에너지를 보여줬던 이환 감독이 자본주의 정점인 강남 한복판으로 시선을 돌려 '프로젝트 Y'를 완성했다. 전작들이 가출 청소년들이 겪는 밑바닥 삶의 고통을 가감 없이 전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그 처절한 생존 방식을 '80억 금괴 탈취'라는 범죄 액션 장르와 결합해 한층 더 세련되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지점은 현재 가장 핫한 두 배우, 한소희와 전종서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다. 이환 감독은 두 배우가 가진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극 중 강남 환락가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독보적인 인물상을 만들었다.


밤에는 술집 에이스로, 낮에는 꽃집 인수를 꿈꾸며 평범한 삶을 갈망하는 미선(한소희 분)과 업소 아가씨들의 이동을 책임지며 거친 바닥을 구르는 도경(전종서 분)의 만남은 그 자체로 극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평범한 미래를 향한 이들의 소박한 꿈은 잔혹한 현실 앞에서 무너진다. 쉬지도 않고 술집에서 번 돈을 전세 사기로 날리고,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도박마저 실패하며 두 사람은 벼랑 끝에 내몰린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본격적인 범죄 엔터테이닝 장르로 급회전한다. 업소 운영자인 토사장(김성철 분)이 숨겨둔 80억 금괴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를 가로채기 위해 판을 짜기 시작하면서, 막다른 길에 몰린 두 친구의 사투는 거대한 욕망을 향한 위험천만한 추격전으로 변모한다.


두 주인공 관계는 단순한 우정 그 이상이다. 이들은 서로의 결핍을 메우는 상호 보완적 연대를 보여주는데, 연약해 보이지만 주저 없이 계획을 이끌어가는 단단한 미선과 야생마처럼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여린 면모가 있는 도경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고는 기존 남성 중심 누아르와는 다른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서로의 밑바닥과 결핍을 가장 잘 알기에 서로를 구원할 수도, 혹은 파괴할 수도 있는 이들의 유대감은 극의 밀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다.


시각적인 연출과 미장센, 음악 역시 인상적이다. 그레이가 만든 힙하고 트렌디한 사운드트랙은 극 전반에 팽팽한 텐션을 부여하며, 정글 같은 도심 속 인물들의 사투에 속도감을 더한다. 강남의 화려한 야경의 색감을 감각적으로 포착해 욕망이 들끓는 도시의 이면을 포착해냈다.


'프로젝트 Y'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서사가 장르물의 틀 안에서 얼마나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반가운 영화다. 남성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주변부에 배치하고 두 여성의 욕망과 액션, 그리고 그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에 집중한 선택은 작품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만든다. 화려한 스타 이미지 뒤에 가려졌던 인물들의 처절한 생존 본능을 끌어낸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와 맞물리며 설득력을 얻는다. 21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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