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조현준, 사법리스크 해소…경영 정상화 나서
최태원, 이혼 소송 부담 덜어내…조현범은 구속 유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AI 형성 이미지
2025년은 재계 총수들의 사법리스크가 엇갈린 한 해였다. 수년간 이어져 온 재계 총수들의 재판이 잇따라 결론나거나 한 단계 진전되면서, 각 그룹의 경영 환경도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장기간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며 경영 정상화에 나섰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혼소송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며 부담을 덜었다. 반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실형이 유지되며 그룹 경영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사법족쇄 완전히 끊어내고 경영 정상화 속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대법원은 지난 7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용 회장에게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약 10년, 2020년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에만 국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장기간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이 회장은 이후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며 대형 투자와 해외 네트워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의 완전한 복귀 이후 삼성전자는 테슬라, 애플과 연이어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오픈AI와도 초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관련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메모리 사업도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며 반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에 내줬던 2위 자리를 3분기 만에 되찾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이 상반기 약 6조3500억원에서 하반기 23조원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내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0조원이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기술인재 중용과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경영진 인사를 통해 미래 사업 전략을 신속하게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세기의 이혼'서 한숨 돌린 최태원…SK 지배구조 불확실성 일단 걷어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제8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한숨을 돌렸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재산분할 판결이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면서, 재산구조와 지배구조에 미칠 수 있었던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설령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지원했다 하더라도 그 출처는 대통령 재임 중 받은 뇌물로, 이를 노 관장의 재산 기여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재산분할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내년 1월 9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 첫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최종 결론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그룹 차원의 부담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과 AI·HBM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 등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제를 지속해서 추진하는 동시에 성장 발판을 놓기 위해 현장형 리더를 발탁하는 연말 정기인사를 실시하고, 새 경영진과 그룹 미래 방향을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의장을 맡아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었고,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열어 양국 경제연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재계 맏형 역할도 수행했다. 최 회장은 내년 1월 초엔 200개사 규모의 중국 경제사절단을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이끈다. 방중 경제사절단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9년 12월 성사된 이후 6년여 만이다.
조현준, 사법리스크 마침표…효성그룹 경영·투자 재시동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2024년 10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1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16억여원 규모의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7년 9개월 만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2018년 기소 이후 장기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종결되면서, 효성그룹은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중장기 전략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됐다. 당시 효성그룹은 "어려운 국내외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사법리스크 족쇄를 끊어낸 조 회장은 국제 무대에서 한층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조 회장의 기술경영을 기반으로 이달 영국, 스웨덴,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2300억원이 넘는 초고압 전력기기를 잇따라 수주했다. 또 효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소재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에 1억5700만 달러(약 2300억 원)를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동반 성장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조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 온 '소통' 중심의 경영철학을 반영해 중소 고객사의 경쟁력 제고와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사와 함께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며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중소 협력사의 자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외부 전문가 기반의 교육·컨설팅 활동도 확대했다.
조현범 2심 실형…길어지는 한국앤컴퍼니그룹 리더십 부재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5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00억대 횡령·배임 혐의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은 항소심에서 형이 일부 감형됐지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수감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재계에서는 단순한 총수 부재를 넘어, 그룹의 글로벌 경영 전략과 미래 성장 로드맵 전반이 불확실해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 회장이 직접 챙겨왔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전략적 협업,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 등 최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들이 상당 기간 보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온시스템 정상화 작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올해 초부터 한온시스템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직접 구조 개선을 주도해 왔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기술력에서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덴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이다. 정부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한온시스템의 열관리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점도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경제 외교도 사실상 중단 상태를 이어가게 됐다. 조 회장은 앞서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신차용 타이어 공급 확대와 모터스포츠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으며, 폭스바겐그룹 전반으로의 협력 확장도 모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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