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다주택자·임대사업자, 주담대 만기 연장 ‘차단’
실수요자 자금조달 여건 더 ‘악화’…매물 늘어도 거래 ‘제한적’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직격타’…매매 막히고 전월세난 심화
ⓒ데일리안DB
정부가 한층 더 강화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다주택자의 자금줄을 옥죈다. 이를 통해 시장에 매물을 늘리고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단 복안인데, 시장에선 애먼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만 심화할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1일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1.7%)보다 낮은 1.5% 수준으로 설정, 오는 2030년까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로 낮추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서울·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개인과 임대사업자가 대상이며, 오는 17일부터 곧장 시행에 들어간다.
단, 임차인이 있는 경우,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만기 연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또 무주택자가 다주택자 처분 주택을 연말까지 토지거래허가신청을 접수, 4개월 내 취득하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
한시적으로 무주택자에 대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부동산시장과 금융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겠단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무주택 실수요자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서울·수도권 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는 집값에 따라 2억~6억원으로 축소된 가운데 이번 가계대출 총량 관리까지 더해지면 무주택자의 주택시장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지게 된다.
사실상 ‘현금부자’가 아니면 매매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매매시장 매물은 빠른 속도로 쌓이는 반면, 전세매물은 씨가 마른 상태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772건으로 올해 첫 날 5만7001건 대비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2만3060건에서 1만5735건으로 31.8% 급감했다.
ⓒ뉴시스
거래도 위축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만1269건까지 치솟았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5728건으로 반토막 났다.
당장 이번 조치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운용을 보수적으로 가져가게 되면 상대적으로 자산이나 소득이 부족한 차주들의 대출 접근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주택자의 자금 조달 여력이 악화해 매매시장 진입은 가로막히고 전세 급감, 월세 급등으로 전월세 주거비 부담은 가중되는 ‘이중 압박’ 상태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시장에 매물이 나와도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의 주택 매입이 힘들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금융당국은 이들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는 고려하지 않는단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매물 적체 및 거래 절벽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임차인이 거주 중인 다주택자 매물을 갭투자 하는 것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단 견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3구·용산 등 핵심지는 대출 의존도가 낮은 자산가 중심 거래가 유지되고,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로 가격 하방 압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수도권 외곽·준상급지는 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매물 증가와 매수 여력 축소 등이 맞물리며 가격 하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생활안정 목적 주담대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돼 세입자가 있는 다주택자 매물을 사들이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며 “수도권 전셋값이 이미 수억원대인 현실에서 1억원으로 보증금 차액 보전은 불가능하고, 자금 여력이 부족해 ‘역전세발 금융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조만간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는데 고가 아파트는 중과세 80%를 내면서까지 대출 때문에 내놓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일부 처분에 나서는 집주인이 있겠지만, 실수요자가 향후 5년간 양도세 면제 등 혜택도 없이 당장 입주할 수도 없는 세입자 낀 주택을, 급매가 아닌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또 “실수요자 접근성이 좋은 중저가 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없고 가격은 올라가는데 대출이 막혀 매매도 어려우니 전월세난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입주물량이 늘거나 토허제를 풀어주는 등 완화 방안 없이는 5월 9일 이후 매물 잠김은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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