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이혜훈 카드'는 '김병기 논란' 덮기? 여권내 균열 조짐? [정국 기상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2.29 04:05  수정 2025.12.29 04:05

'강선우 사태'와 다르게 돌아가는 당내 대응

야권에서는 '명청대전' 연장선 의심 증폭

정청래 엄호 안하자 李대통령 직접 나섰나

"李 지명은 김병기 논란 피해가려는 꼼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여러 특혜·갑질 의혹이 진화되지 않고 확산되면서, 급기야 여권 내 균열 조짐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김 원내대표를 '엄호'해주지 않는 가운데, 이혜훈 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카드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면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오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 앞서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반박해 왔지만, 논란이 일단락되기는커녕 부정적 여론만 커지자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퇴보다 논란을 해명하며 정면돌파하는 방안에 무게가 쏠렸다고 알려졌지만, 당내 일부에선 그동안 김 원내대표의 대응에 부정적인 탓에 여론이 반전될 정도로 낮은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숙박권 논란 및 의전 등 관련 특혜 의혹에도 폭로 대상자인 전직 보좌진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공개하는 등 소위 '메신저'를 공격했다. 나아가 관련 의혹을 묻는 취재진에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느냐" "그걸 왜 묻느냐" 등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도 당내 일부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 논란은 솔직히 내막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대응 부분에선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번 공식 기자회견에선 자세를 낮춰서 제대로 사과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과거 강선우 사태 때에는 "따뜻한
엄마, 훌륭한 국회의원"이라며 적극 두둔
김병기 사태엔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찬바람 불어…사퇴 압박하려는 것일까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배경엔 단순히 개인 비리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원내대표는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통하며,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미묘한 갈등이 여러 차례 연출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전직 보좌진이 김 원내대표를 공격하는 것이 대통령실과 정 대표, 김 원내대표 사이에서 보이지 않은 균열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상 계파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당 지도부가 비슷한 사태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과 달리, 김 원내대표에 대해선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좌진 갑질 논란이라는 비슷한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의원(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당시 정청래 당대표 후보는 "따뜻한 엄마, 훌륭한 국회의원"이라며 강 의원을 두둔해 논란이 확산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도 국회의원과 보좌진 간 갈등과 그 후폭풍으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는 동일한 상황임에도 정 대표는 엄호보단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정 대표는 지난 26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김 원내대표 사태 관련 질문에 "이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당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당대표로서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동안 당정 엇박자 갈등, 3대 특검법 개정안 수용을 둘러싼 공개 충돌 등 상황과 맞물리면서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6일 도봉구 자원순환센터 인근에서 환경공무관과 함께 거리 청소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와 보좌진 간의 폭로전이라기보다는 더 큰 그림, 대통령실 그리고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강 의원 사태와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임에도 강 의원은 감싸고 김 원내대표는 내치는 것은 명청대전의 연장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진보 매체가 김 원내대표를 이례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계파 갈등 이야기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며, 결국 1인 1표제 부결을 두고 정 대표 측의 반격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를 엄호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이날 이혜훈 국민의힘 전 의원을 전격적으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게 '국면 전환용' 아니냐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언 중 협치·화합·통합은 커녕 그와 비슷한 내용조차 찾기 힘든 가장 분열적인 인물"이라며 "그런 그가 오늘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최근 김병기 원내대표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이런 인사를 한다고 해서 환율 급등을 비롯한 경제 위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김병기 논란' 이슈나 '통일교~민중기 특검' 이슈를 덮으려는 얕은 술수 아니겠느냐"라고 바라봤다.


정청래~김병기, 과거 3대 특검법 개정안
논란 '진실게임' 벌이며 공개 충돌하기도
김성열 "명청대전 연장선으로 볼 수밖에"
권영세 "이혜훈 지명, 김병기 논란 꼼수"


'김병기 사태'와 관련해, 문제는 아직 터지지 않은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김 원내대표 전직 보좌진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김 원내대표가 자신들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희화화했다는 것도 반박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가 계엄 사태 당시 경찰을 보고 겁을 먹었다는 것과 이재명 대통령·김민석 국무총리가 비리를 덮어주지 않아 욕했다는 등 주장까지 펼쳤다.


이들은 김 원내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정황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개 여부에 따라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 타격은 물론 정치적인 영향력에도 큰 상처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김 원내대표의 선택지는 자진 사퇴 또는 사퇴에 버금갈 정도의 사과밖에 없어 보인다. 당장 당내에선 원내대표직 사퇴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일부에선 "우선 김 원내대표가 어떤 입장을 발표할지 지켜봐야 한다"라는 분위기다. 이는 결국 김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에 당내 관심이 집중된다는 의미이자, 대응 방식에 따라 사퇴론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은 "김 원내대표 사태가 진화되기 위해선 지지층의 여론이 현재로선 중요해 보인다"며 "현재 당내에선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지만 투표로 뽑은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사퇴론까지 나오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향후 입장 표명에 따라 지지층 여론이 변하는지를 당내에선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문제제기 받는 부분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해야 하며, 앞서 성찰하겠다면서도 보좌진 텔레그램을 공개해 성찰 부분이 묻히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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