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갑 3선, 윤어게인하다가…실화냐" 이혜훈에 발칵 뒤집힌 여야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5.12.29 04:00  수정 2025.12.29 04:00

"강세 지역에서 3선 한 현직 당협위원장이"

국민의힘, 배신감에 펄펄…당일 즉시 제명

"이재명을 내란 수괴, 尹 내란 지지했는데"

민주당·혁신당 등 범여권, 동요 속 '술렁'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혜훈 전 의원이 이재명정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히고, 여권은 술렁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서울 48개 지역구는 물론 전국 254개 지역구 중에서도 손꼽히게 보수정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배지 3번 달아주고 뺨맞은 셈이다. 범여권은 이 후보자가 강성 '윤어게인'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발탁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동요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의원을 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 페이스북에서 "2차 내란특검하고 내란정당 해산시키겠다면서 '계엄옹호 윤어게인'하는 사람을 핵심 장관으로 지명하는 이재명정권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라며 "'우리가 윤석열이다' 하던 사람도 눈 한번 질끈 감고 '우리가 이재명이다' 한번만 해주면 '만사 오케이'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윤어게인을 외치던 사람이 이재명정권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가 됐다"며 "정치인의 금도를 넘은 순간이다. 신념을 팽개치고 자리를 탐한 것"이라고 치를 떨었다.


이 후보자는 보수정당의 초강세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에서 당의 공천을 받아 3선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례대표 세 번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그만큼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들에서 활동하면서 당의 혜택을 많이 입었다는 것이다.


이후 이 후보자는 서울 동대문을과 충북지사 출마 등을 노리다가 지난해 총선 때는 서울 중성동을로 옮겨져, 예산처 장관 후보자 발표 시점까지도 현직 원외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있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서 "시켜준다고 하느냐"라고 탄식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불과 반 년 앞두고 현역 원외당협위원장이 미리 거취 정리조차 하지 않고 진영을 넘어가는 사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 48개 지역구 조직을 관리하는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 의원조차도 후보자 발표 시점까지 낌새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관내인 서울 중구의회는 국민의힘의 분열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구의원이 6석, 민주당 구의원이 3석인데도 이 후보자의 미흡한 리더십으로 국민의힘이 분열돼, 구의회 의장 자리가 윤판오 민주당 구의원에게 넘어갔다. 이에 배 위원장은 최근까지도 중구의회의 분열 수습 방안을 이 후보자와 상의하다가 이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우리가 윤석열이다' 하던 사람도
눈 질끈 감고 '이재명이다' 하면 오케이?"
서초갑서 3번 의원한 인사의 '월담'에
주진우 "시켜준다고 하느냐" 장탄식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부역'이라는 강경한 표현까지 쓰면서 격노를 감추지 못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배현진 위원장은 이날 이 후보자의 지명 사실이 알려진 직후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자 현직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이 당원들의 신뢰를 처참히 짓밟으며 이재명정부에 합류하는 것은 명백한 배신행위"라며 "이 지명자의 행보는 자기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배 위원장은 즉각 이 후보자를 제명해줄 것을 중앙당에 요청했으며, 국민의힘 중앙당도 이에 화답해 휴일임에도 긴급 최고위를 열었다. 국민의힘 최고위는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함으로써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며 이 후보자를 즉시 제명했다.


야권이 이처럼 배신감과 분노에 발칵 뒤집혔다면, 범여권은 동요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탄핵 반대·무효 주장'과 '민주당이 내란 세력' 주장 전력 때문이다.


이혜훈 후보자는 올해초 계엄·탄핵 정국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도 무효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도 문제 △나라를 흔드는 세력(민주당)이 바로 내란 세력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구속되자, 이 후보자는 TV토론에 출연해 "도주할 수 없는 구금 상태에 있던 현직 대통령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15자 결정문으로 바로 구속해버리느냐"라며 "국민 상당수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3월에는 '윤어게인' 세력으로 분류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 연단에 올라 "12월 7일 국회 표결은 국회법에 따라 부결이었음에도, 이를 표결불성립이라며 재발의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동일 회기내 재발의가 불가능함에도 이를 강행했기에 탄핵소추안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며, 기각이 아닌 각하돼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75년 동안 총 21건의 탄핵이 추진됐는데,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있는 3년 동안 30건의 탄핵이 추진됐다"며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野 중앙당·서울시당 "부역" 표현 써 격노
與는 이혜훈 '윤어게인' 활동전력 떨떠름
李 "현직 대통령 바로 구속, 이해 못해"
"탄핵 각하돼야…이재명이 내란 세력"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범여권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가장 심기가 불편한 게 조국혁신당이다. 그간 민주당의 우당(友黨)을 자처하면서 원내외에서 민주당에 적극 협력해왔음에도, 정작 '감투'는 전혀 다른 쪽으로 번번히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이날 이 후보자의 지명 소식에 SNS에 몇 건의 기사를 게시했다. 다름 아닌, 이 후보자가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탄핵 반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기사들이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조심스러운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들 사이에서는 여론이 훨씬 격앙돼 있다"며 "원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제된 우려의 반응이 나오는 '온도차'가 있을 뿐, 동요와 우려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계엄을 옹호하고 국헌문란에 찬동한 이들까지 통합의 대상인가. 독선적이고 무능한 정치검사 윤석열의 '윤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의 대상이어야 하는가"라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가 안된다. 이재명정부의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게 맞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전북 정읍·고창 지역구로 호남 민심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윤준병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 외치고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혜훈 의원을 예산처 장관에 앉히는 인사,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의 파기"라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혜훈 후보자도 자신의 과거 전력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지했기 때문인지, 자신의 SNS에 게시했던 게시물들을 싹 다 지웠다.


이와 관련, 주진우 의원은 "이혜훈은 과거 자기의 발언을 숨기려고 블로그·페이스북·유튜브·네이버TV까지 모든 채널 콘텐츠를 없앴다. 글삭튀 하면서 자리를 구걸한 것"이라면서도 "개딸들 흉흉한 기세를 보니 곧 쫓겨날 듯"이라고 예언했다.


민주당서 이언주·윤준병 "동의 안된다"
우당 자처했던 혁신당, 불편한 기색 역력
장동혁 체제 '당성 운운' 한계 드러났나
"윤석열 본인도 가치와 철학 없던 사람"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편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에서 당성(黨性)을 최우선으로 보겠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가 확실히 입증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성 '윤어게인' 활동을 하며 누구보다 당성이 강한 것처럼 보였던 인사가 하루 아침에 '월담'을 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는 이 후보자를 제명하면서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당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당원과 국민에 대한 책임을 훼손하는 행위가 발생할 시, 당헌·당규에 따라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를 바라보는 '당의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이와 같은 황당한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을 뿐더러,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넓은 '중도의 바다'까지 빼앗겨 선거마저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실 윤 전 대통령 본인도 문재인정권이 강성할 때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으로 승승장구 하면서, 가치와 철학 없이 보수 진영을 겨냥한 사냥개 노릇을 했던 인물 아니냐"라며 "강한 쪽에 영합했던 윤 전 대통령을 '어게인' 하자는 '윤어게인' 세력이 강한 쪽에 냉큼 달라붙어 버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회의감을 토로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문제는 (이혜훈 후보자) 개인의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정권이 보수 진영 내부를 흔들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일수록 국민의힘은 더욱 분명해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타협 없는 기준, 더 과감한 쇄신과 혁신으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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