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안내데스크에 AI가?"…용인세브란스병원의 'AI 스마트 데스크' [체험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5.12.30 14:37  수정 2025.12.30 14:44

서울·경기 의료기관 최초…AI 휴먼 기반 행정 안내 도입

“의료 중심 AI에서 환자 최초 접점인 행정으로 확장”

용인세브란스병원 관계자가 AI 스마트 데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안녕하세요. 인공지능(AI) 비서입니다. 하이패스 등록을 원하시면 환자 정보 입력 방법을 말씀해주세요.”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용인 세브란스병원 로비. 여느 대학병원처럼 북적거리는 접수 창구 사이로 환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기기가 있다. 바로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야심차게 도입한 ‘AI 스마트 데스크’다.


AI 스마트 데스크는 기존 키오스크에 AI 휴먼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안내 솔루션이다. 기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환자나 복잡한 병원 행정 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을 위해 도입됐다. 지난 23일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찾아 기기를 직접 체험해봤다.


키오스크에 AI 접목…환자 경험 개선
용인세브란스병원이 도입한 AI 스마트 데스크.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날 병원 현장에서 마주한 스마트 데스크는 기존의 단순한 원무 키오스크와는 차원이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화면 속 ‘AI 휴먼’이다. 실제 사람과 흡사한 외모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갖춘 AI 비서는 환자가 다가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친절하게 안내를 시작했다.


직접 체험해본 AI 비서의 응대 수준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음성 인식의 정확도다. 병원 로비 특유의 웅성거림과 안내 방송이 동시에 흐르는 환경에서도 AI 비서는 질문을 또렷하게 인식했다.


기존 키오스크가 화면의 텍스트를 읽고 버튼을 누르는 ‘수동 입력’ 방식이었다면, AI 스마트 데스크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활용해 ‘소통’하는 구조다. 화면 속 AI 비서는 질문 내용에 맞춰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정보를 전달했다. 실제 상담원과 마주 앉아 안내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AI 스마트 데스크를 이용하려는 환자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이용자는 “하이패스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이 훨씬 간단해졌다”며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다만 초기 도입 단계인 만큼, 진짜 사람처럼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답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네’ ‘아니오’ 등 제한적인 응답 처리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하이패스 등록에 한정된 운영 범위를 고려하면, 서비스 확산을 위해 단계적인 AI 기능 고도화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였다.


김철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무팀장은 “AI 스마트 데스크는 기존 원무 창구와 행정 서비스를 단순히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지능형 AI 기반 디지털 서비스로 확장한 솔루션”이라며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접수와 수속 전 과정을 AI가 이해하고 안내함으로써 원무 업무 효율과 환자 경험을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병원은 현재 진료비 후불 서비스(하이패스) 등록 업무에 AI 스마트 데스크를 우선 적용하고 있다. 향후 외래·입원·퇴원 수납, 제증명 발급, 입원 예약 및 수속, 주차 등록 등 병원 행정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에서 행정업무까지…디지털 전환 가속화
용인세브란스병원에 설치된 AI 도슨트.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용인세브란스병원은 2020년 개원 이후 ‘디지털 혁신 기반 스마트병원’을 표방하며 AI를 접목한 다양한 의료·행정 서비스를 선보여 왔다. 기술과 의료 서비스의 결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번에 도입한 AI 스마트 데스크는 스마트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화한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된다. 서울·경기 지역 의료기관 가운데 최초 시도다.


김 원무팀장은 “그동안 진료와 의료 영역에 집중 적용돼 왔던 AI 기능을 환자의 최초 접점인 병원 행정에 확장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병원 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는 핵심 인프라의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김 원무팀장은 “AI가 질문의 맥락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거나 의료·행정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즉시 직원 연결이나 오프라인 창구 안내로 전환된다”며 “모든 응대 시나리오는 실제 병원 업무 흐름을 기준으로 사전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운영 환경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무팀장이 23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이어 “AI 스마트 데스크는 환자 편의 향상과 병원 운영 혁신을 동시에 구현하는 첨단 의료 서비스 플랫폼”이라며 “미래 스마트병원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이 AI 스마트 데스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자 기준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기기의 무리한 확산이 아니라,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이번 도입을 통해 원무 창구의 혼잡도를 낮추고, 환자들에게 보다 신속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반복 업무를 AI가 분담함으로써 의료진과 행정 인력이 환자 케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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