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올 수 없는 라면 1위"...농심, 해외 생산시설의 성공 스토리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1.07 06:47  수정 2026.01.07 06:47

수출 통계에 안 잡힌 ‘진짜 글로벌 1위’

현지 생산으로 쌓은 신라면의 저력

관세·물류 넘은 글로벌 공급망 전략

‘2조 신라면’ 향한 농심의 다음 승부수

미국 소비자들이 신라면을 먹는 모습.ⓒ농심

수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라면이 있다.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 ‘불닭볶음면’의 질주가 글로벌 라면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그림이 보인다. 수출 지표 만으로는 글로벌 라면 시장의 전체 모습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신라면’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한 핵심 시장에서 신라면은 이미 ‘현지 생산·현지 소비’ 구조로 안착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은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한국 수출 통계 만으로는 농심의 해외 성과를 온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농심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효과와 미국 현지 공장을 앞세워 글로벌 무대에서 질주하고 있다. 넷플릭스 ‘케데헌’과의 협업으로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린데다 관세 리스크를 비껴간 북미 시장에서 판가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성장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2024년 기준 농심 해외매출은 해외법인과 수출을 합쳐 1조3037억원”이라며 “이 가운데 미국·중국 법인 매출이 6936억원으로,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매출(3442억원)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라고 말했다.


농심은 국내에서 40년간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통한다.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파워와 전국 단위 유통망,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국내 라면 시장을 이끌어왔다. 신라면을 필두로 짜파게티 등 장수 브랜드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불닭’ 브랜드를 앞세운 삼양식품에 비해 해외매출 비중과 영업이익 면에서 뒤쳐진 상황이었다. 불닭볶음면이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 중심으로 판매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수출 지표상으로는 불닭 브랜드 중심으로 부각되는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농심의 글로벌 성과가 다시 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K-콘텐츠 확산을 계기로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한층 높아진 데다, 매운맛을 중심으로 한 한국 라면의 인지도가 주류 소비층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면’은 2021년 해외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매출액 18조8500억원, 누적 판매량 404억개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2025년 연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425억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농심은 환율·관세·물류 변수에 대한 대응력이 높다는 점에서, 수출 중심 구조보다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확보했다. K-푸드 열풍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구조적 수요로 이어지면서 농심의 글로벌 사업 성과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심 녹산 수출전용공장 조감도ⓒ농심
◇ 수출 아닌 ‘현지 생산’…농심 글로벌 전략의 출발점


농심은 1990년대부터 해외 생산 거점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1996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1998년 청도, 2000년 심양에 공장을 설립했으며, 2005년에는 미국 LA에 첫 공장을 세웠다. 이후 2022년에는 미국 LA 제2공장을 가동하며 북미 시장 대응력을 한층 강화했다.


농심이 일찍부터 해외 현지 생산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관세와 수입 규제에 따른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다. 미국의 경우 육류 성분이 포함된 식품에 대해 수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경우 이러한 규제를 피해 제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농심은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해 육류 성분이 포함된 제품까지 유연하게 선보이며 현지 소비자 수요에 대응해왔다. 최근 한·미 간 관세 이슈에서도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 농심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지 생산은 시장 대응 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이다. 각 국가의 식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빠르게 기획·출시할 수 있고,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리드타임을 줄여 신선한 상태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비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해외에서 생산된 신라면은 유통·소비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물류 이동 시간이 짧아 비교적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현지 유통망을 기반으로 접근성도 높다. 시장 변화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현지 생산은 단순히 미국 시장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북미는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를 거쳐 중남미 시장으로 확장하는 수출 교두보로 활용된다. 관세와 물류 부담을 줄이면서도 인접 국가로의 공급이 가능해, 글로벌 공급망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인 것이다.


농심 신라면 에스파 글로벌 광고 스틸컷.ⓒ농심
◇ 농심, 해외 비중 61% 목표…글로벌 성장 가속


농심은 올해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을 61%까지 확대하고, 총매출 7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농심은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을 적극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완공될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하며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농심의 연간 수출 라면 생산량은 2배 가량 증가한다. 향후 라인 증설을 통해 최대 3배 수준까지 늘어난다.


농심은 10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신라면을 '해외 매출 1조'를 넘어 '2조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국내외 생산력 증대 ▲케데헌을 비롯해 K붐을 활용한 제품 출시 지역 확대 ▲제품 라인 다양화·현지화 등의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에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인 라인업 확대에도 적극 힘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치볶음면’을 출시, 같은달 K팝 그룹 에스파를 신라면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12월에는 40주년 기념작 ‘신라면 골드’를 출시하며 제품 비약적으로 확대했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 인프라 확대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4년 10월 미국 현지 용기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제2공장에 용기면 고속라인을 추가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에 수출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동시에 농심은 비전 실행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신동원 회장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을 아우르는 전략 실행력을 강화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농심 관계자는 “7대 타깃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특히, 현재 해외사업 성과를 이끌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외에도 중남미 최대 시장인 멕시코와 브라질, 세계 최대 고성장 시장인 인도, 유럽 최대 면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을 겨냥해 향후 국가별 맞춤 전략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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