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P/뉴시스
중국이 지난해 11월 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을 상대로 모든 ‘이중용도(민간용 또는 군용으로 모두 활용 가능) 물자’의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의 대(對)일본 보복 조치가 외교 항의와 인적교류 제한을 넘어 통상·기술통제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6일 “일본 군사 사용자와 군사 용도 및 일본 군사력 향상에 도움 되는 기타 최종 사용자·용도의 모든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 이후 중국인의 일본여행 자제, 일본 가수의 중국 공연 중단 등 보복 조치를 취했으나 수출 금지와 같은 본격적 경제 보복은 처음이다.
이번 수출통제 조치는 발표 즉시 시행된다. 이날 발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조치의 원인이 다카이치 총리 등 일본 지도자의 대만 관련 발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일본 지도자들이 대만에 대해 내놓은 잘못된 발언, 즉 대만해협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은 중국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그 성격과 파급 효과 면에서 극히 악랄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무부는 제3국을 통한 우회 거래도 겨냥했다. 다른 국가·지역의 조직·개인이 중국의 조치를 위반해 중국이 원산지인 이중용도 물자를 일본의 조직·개인에 이전·제공할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발표문에 명시했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제3국 단체·개인 제재) 성격의 경고 조항을 함께 넣은 것이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일본의 ‘군사 사용자·군사 용도’를 겨냥했지만, 금지 범위를 “일본 군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최종 사용자·용도”로 규정해 확대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방산을 직접 타깃으로 삼는 동시에 적용 방식에 따라 위성통신과 센서, 전자부품 등 민·군 경계가 모호한 분야까지 일본에 대한 심사 강화와 수출 차단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첨단 제조업 공급망 전반에 위축 효과를 노린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상무부의 발표문에는 관련 수출금지 품목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희토류 및 관련 기술이 중국에서 이중용도 품목으로 묶여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의 ‘희토류 통제’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전쟁 국면에서도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등 광물 7종이 군수·민간용으로 모두 쓸 수 있는 '이중용도 물품'이라며 희토류와 전략 광물을 무기화한 적 있다.
희토류는반도체와 배터리는 물론 군수장비 제조 등에도 널리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2026년 수출입 허가 관리 대상 이중용도 품목 및 기술 목록’에는 희토류, 화학물질, 드론, 통신 장비, 합금, 원자력 등 소재, 장비, 기술 등 1000여 가지가 포함돼 있다.
중국은 2012년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釣魚島) 분쟁 당시에도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들었고, 당시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80~90%에 달했던 일본 첨단 제조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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