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입짧은 햇님 나비약 대신 한약을 말하는 이유: 한의사의 임상적 시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14 07:00  수정 2026.01.14 07:00

고은경희한의원 구로디지털단지점 이한별 원장.

최근 연예인 다이어트 비법으로 알려진 이른바 ‘나비약’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알약 모양이 나비를 닮아 붙은 이름이지만 성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비약은 펜터민·펜디메트라진 계열의 마약류 관리 대상 식욕억제제로, 암페타민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이 약은 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높이고 심박수와 혈압을 올리면서 각성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식은땀이 나고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의 자극 상태를 만들어 ‘도저히 먹고 싶지 않은 몸 상태’를 만드는 방식의 다이어트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직 의사들까지 “마약과 거의 같다”, “끊기가 어렵다”고 표현할 정도로 중독성과 내성, 금단 증상이 문제가 된다.​


의학적으로는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큰 환자에게, 철저히 단기간·의사 감독 하에 사용하는 보조요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연예인 다이어트 약’, ‘살 빼는 약’으로 포장되며 비의료인에 의한 불법 유통, 대리·비대면 처방, 심지어 10대 청소년들까지 오남용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심장질환, 정신과적 이상, 사망 의심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살을 빼기 위해 건강과 삶 전체를 건 셈’이 되어버린다.​


문제의 본질은 ‘빨리, 많이만 빼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있다. 하루 세 번, 네 번까지 약을 먹어가며 체중 숫자를 억지로 낮추는 방식은 체중계의 숫자만 줄어들 뿐 호르몬, 자율신경, 수면, 멘탈, 근육과 장기 건강은 깊이 망가뜨린다. 살은 빠졌는데, 그 몸을 버텨줄 건강이 사라지는 셈이다.


한의사로서 10년 넘게 다이어트 처방과 생활습관 지도를 하며 보는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어서 찐 살’이 아니다. 야근과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와 폭식, 수면 부족, 사고 후 통증으로 인한 활동량 감소, 호르몬 변화와 체질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만성 질환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입을 강제로 닫게 하는 약’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한의학 다이어트의 가장 큰 강점은 이 복합적인 문제를 체질·생활·장부 기능 전체의 균형 문제로 보고 접근한다는 점이다.


한약은 위장 기능을 조절해 ‘배고픔을 못 느끼게’ 하기보다 ‘적게 먹어도 편안한 소화와 에너지 대사’를 돕고 스트레스와 불면, 부종, 냉증, 변비처럼 살을 찌우는 환경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황이나 이뇨·지방대사를 돕는 약재들도 있지만 맥과 설진, 전신 상태를 보고 용량·기간을 엄격히 조절한다는 점에서 ‘나비약식 극단 자극’과는 결이 다르다.


또한 침·약침·추나치료를 함께 적용하면 교통사고 후유증, 만성 허리·무릎 통증, 틀어진 체형으로 인해 움직이기 힘들어 살이 찐 분들에게 통증을 줄이고 활동량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근육을 지키면서 건강하게 체지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나비약 다이어트는 ‘내 몸을 마약 수준으로 몰아붙여서 만드는 체중 감량’이라면 한의학 다이어트는 ‘살이 잘 찌지 않는 몸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 쉽게 말해 살이 쉽게 안찌는 체질을 만들어주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전자가 짧은 시간에 숫자를 바꾸는 기술이라면 후자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건강과 일상을 지키면서 평생 유지할 수 있는 체중을 찾는 작업이다.


다이어트는 약 이름이 아니라 나의 생활과 몸의 균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다. 화려한 비밀 약 한 알보다 내 체질과 생활에 맞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설계하는 것이 결국 가장 안전하고 가장 현명한 다이어트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글/ 이한별 한의사·구로디지털단지 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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