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시민권 박탈 지침 대폭 강화 – 미국 시민권자는 정말 안전한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13 08:30  수정 2026.01.13 11: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5년 1월 20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는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순간, 많은 이들은 마침내 ‘완전한 미국인’이 되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 그 안도감조차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시민권을 취득한 귀화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민권 박탈(denaturalization) 지침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7일자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 이민국(USCIS)은 전국 현장 사무소들에 대해 2026 회계연도부터 매달 최소 100건 이상의 시민권 박탈 사건을 발굴해 법무부에 회부하라는 내부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강화 차원을 넘어, 사실상 ‘정량적 목표’를 설정한 전례 없는 조치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배경에는 최근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주방위군 총격 사건을 비롯해, 테러와 강력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이미 시민권을 취득한 수백만 귀화 시민들까지 잠재적 불안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 정부는 시민권, 즉 국적을 마음대로 박탈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현행 미국 연방법은 시민권 박탈이 가능한 경우를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유형에 해당할 때만 가능하다.


첫째, 귀화 과정에서 중대한 허위진술이나 사기가 있었던 경우다. 예를 들어 중범죄 전과를 숨겼거나, 위장결혼 사실을 은폐했거나, 과거 추방·불법체류 이력을 고의로 누락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법적으로 귀화 자격 자체가 없었던 경우다. 실제로는 적법한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했거나, 필수 체류기간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도덕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 귀화 후 5년 이내에 반미 활동을 한 경우다. 외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 활동, 미국 정부 전복이나 반란을 목적으로 한 단체 가입, 공산당 가입 등이 대표적이다. 넷째, 전쟁범죄나 반인도 범죄에 연루된 경우다. 나치 전범, 집단학살, 고문, 중대한 인권범죄 가담자 등이 이에 포함된다. 다섯째, 테러와 관련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다. 테러단체 연루 사실을 은폐했거나, 테러 자금 지원이나 조직 활동에 관여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시민권 박탈이 불가능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귀화 이후 발생한 범죄, 단순 교통위반, 경미한 허위기재, 정치적 발언이나 정부 비판, 귀화 후 세금 체납 등은 시민권 박탈 사유가 되지 않는다.


또한 시민권 박탈 절차는 매우 엄격하다. 반드시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입증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명백하고, 단호하며,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unequivocal, and convincing evidence)’를 제시해야 하고, 항소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시민권 신분이 그대로 유지된다.


시민권이 박탈될 경우에도, 테러 관련 중대한 범죄가 아닌 한 대부분은 다시 합법적인 영주권자 신분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침의 가장 큰 문제는 시민권 박탈에 임의적인 수치 목표를 부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권 박탈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으며, 수백만 귀화 미국인들에게 불필요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조장할 수 있다. 특히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고의가 아닌 사소한 실수나 해석의 여지가 있는 기재 오류까지 문제 삼게 될 경우,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시민권은 단순한 행정적 지위가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적 권리다. 국가 안보와 법치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권의 존엄성과 안정성까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강화된 지침이 ‘안보 강화’라는 명분 아래, 귀화 시민 전체를 불안 속에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글/ 정만석 이민법인 대양 수석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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