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대 적응해야 할 해수부, ‘부산 출신’ 고집하다 발목 잡힐라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1.13 14:05  수정 2026.01.13 14:14

부산 이전 한 달…장관 공석 상태 여전

북극항로·해양수도 건설 속도 높일 때

대통령, 차기 장관 ‘부산 출신’ 못 박아

지역 제한 탓에 적임자 찾기 힘들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터를 옮긴 지 한 달가량 지났다. 낯선 곳에서 타 부처와 소통의 한계를 안고 해양 수도 건설,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과업을 추진 중이다.


단일 대오로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수장(首長)의 부재라는 상황이 걸림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차기 장관에 ‘부산 출신’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발언이 오히려 인재 발탁 범위를 좁히는 결과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한다.


전재수 전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김성범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아 부산 이전을 마쳤다. 부산 임시청사 개청식과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마무리했다.


올해 들어서는 북극항로 추진본부까지 출범시켰다. 북극항로 추진본부는 본부장(고위공무원단 가급) 및 부본부장(고위공무원단 나급) 이하 3개 과 31명 규모다. 해수부 포함 10개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파견 직원으로 꾸렸다. 이들은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권 조성의 범부처 지휘본부(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해수부 주요 업무가 속도를 높이는 시점에 장관은 자리를 비운 상태다. 김 차관이 역할을 대행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대행으로서 ‘권한’의 한계뿐만 아니라 장차관이 나눠 맡아야 할 역할을 혼자 수행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차기 장관을 부산 출신으로 뽑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해수부 부산 임시청사 개청식을 기념해 열린 국무회의 자리에서 “정부는 부산이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의 대표적 경제·산업·물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도록 모든 재정·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후임 장관도 가급적 부산 지역에서 인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가급적’이란 단서를 달았다. 그럼에도 부산 지역에서 인재를 뽑겠다는 발언에 곧바로 지역 정치인들이 차기 장관 후보로 오르내렸다.


후보로는 우선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거론된다. 그는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몸담아 부산시 행정부시장, 시장 권한대행을 지냈다. 최근 지지자들이 ‘변성완 해양수산부 장관 국민추천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부산 사하갑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최인호 전 국회의원도 물망에 올랐다. 최 전 의원은 경남 창녕군 출신이나 고등학교와 대학을 부산에서 나왔다. 다만 최 전 의원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공모에 도전한 상태라 임명 가능성은 낮다.


박재호 전 의원도 있다. 부산 연제구 출신으로 20·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부산 민주당에서 ‘맏형’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지지자 사이에서는 해수부가 부산 이전 이후 조직이 지역에 안착하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한다.


해운·해사 분야 전문가로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을 지낸 임기택 IMO 명예사무총장도 거론된다. 임 명예총장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부산에 있는 국립한국해양대를 졸업했다. 그는 해수부 해운정책과장, 해사안전정책관 등을 거쳐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을 지냈다.


경남 함양 출신 강준석 전 해수부 차관도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해까지 부산항만공사 사장을 지냈다. 이런 경력으로 높은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 남구 갑 후보로 출마한 이력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벗어날수록 인재 등용문 넓어져


이례적으로 야권에서도 후보군이 거론된다. 부산 출신 6선 조경태 국회의원이다. 조 의원은 옛 민주당(3선) 출신이다. 그는 지역 대표성과 정책 전문성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조 의원은 “제안이 오지 않았으며, 제안이 와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장관 공석 상태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김성범 현 차관도 후보군에 오를만하다. 현실적으론 제주 출신으로 부산 지역과 특별한 연고가 없다는 점에서 장관 임명 가능성은 낮다.


이처럼 범 부산 출신 인물로 해수부 장관 후보를 추려보면 몇몇 인물이 물망에 오른다. 다만 ‘군계일학’은 없다. 비슷한 이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장관직을 맡길만한 특별한 매력이 안 보인다.


차기 해수부 장관은 역대 장관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세종에서 부산으로 옮겨온 900명 가까운 조직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 해수부 부산 안착을 서둘러야 한다. 서울과 세종, 부산을 오가는 상황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시대적 과제가 돼버린 북극항로 시대 준비도 첫 삽을 제대로 떠야 한다. 갓 출범한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제대로 가동하는 것도 오롯이 새 장관 몫이다. 하반기에는 북극항로 시험운항도 준비해야 한다. 각각 업무 모두 해수부로서는 부처 ‘명운’이 걸린 일들이다.


이런 상황에 부산 출신으로 장관 후보를 제한한다면 인재 발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해수부는 부산 지방 정부가 아니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해수부는 ‘신 해양수도 건설’을 위해 부산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유리한 곳에 자리 잡은 ‘중앙 부처’다.


부산 출신 장관을 고집하면 대통령이 해수부를 지방 기관으로 간주하는 셈이 될 수 있다. 장관 임명 자체가 지방선거를 고려한 정치적인 판단이 된다는 의미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북극항로와 신 해양수도 개척이라는 핑계라도 있다. 부산에 있다는 이유로 그 지역 출신을 장관으로 앉혀야 한다는 건, 정치적 이유 외에는 설득력 있는 명분이 없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29일 ‘선거 논리 아닌 항만도시 균형발전 꾀할 해양수산부 장관 인선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인천경실련은 성명에서 “전재수 장관 사퇴를 만회하려는 ‘부산 인재 후임 장관 인선’ 발언 등으로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마저 불거져서, 국가균형발전이란 명분도 무색해졌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지방분산 정책인 ‘해수부 부산 이전’도 모자란 지 후임 장관의 부산 인재 인선을 고집했다”고 비판했다.


인천경실련은 “이 대통령이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 추진을 명분으로 선거용 후임 장관 부산 인재 인선을 강행할 경우 ‘부산항 쏠림’ 정책의 형평성 및 공정성을 문제 삼아온 항만 도시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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