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은 '제명 결심' 한동훈은 '법적 대응'…한때 동지 왜 갈라섰나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1.18 06:00  수정 2026.01.18 06:00

8·22 전대 한동훈 "최악" 발언이 결정타?

'지선 패배' 가정한 장동혁의 입지 노림수?

"이준석과 갈라서서 당이 어떻게 됐느냐"

"짜장면 한 그릇 먹어도 108명밖에 안돼"

지난 2024년 12월 11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본청 당대표실에서 회의를 하던 중 잠시 문을 열어 장동혁 등 의원들을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뇌물·통일교 게이트 특검 수용을 촉구하기 위한 단식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연루된 당원 게시판 사태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확정 절차를 재심 기간 일시 보류했다. 한 전 대표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남은 선택지는 제명과 법적 대응 뿐이다. 두 남자가 갈라선 이유는 무엇인지, 남은 정치적 선택지에 관심이 쏠린다.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본래 한 전 대표와 한편이었던 장 대표가 수석최고위원 자리를 던지고 '한동훈 지도체제'가 공중분해되면서 시작됐지만, 둘 사이가 불구대천이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8·22 전당대회로 추정된다.


장 대표는 취임 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겨냥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를 최악이라고 표현한 분과 어떤 통합을 하고, 어떤 정치를 함께할 수 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장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간 당대표 선거 결선 투표를 앞둔 8월 23일 페이스북에 "내일 당대표 결선에서 적극 투표해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고 적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장 대표를 '최악'이라 지칭하며 김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장 대표는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나를 비난하고, 모욕하고, 배척하는 상황에서 어떤 정치 행보를 같이할 수 있겠느냐. 분열의 불씨를 남긴 채 무작정 묻어두고 가자는 통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뒤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해 "과거의 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의 일"이라고 못박았다.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자신을 '윤어게인 세력'인양 몰아붙이는 것이 장 대표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024년 12·3 계엄 운명의 밤에 '계엄 해제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게다가 '윤석열 세상'일 때 무슨 덕 봤던 것도 없다.


장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관계자는 "요즘 장 대표가 하도 억울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이 계엄 해제에 찬성 투표 했었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무슨 인연을 맺었던 게 있어야 '절연'을 할 것 아니냐.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해야 할 정도로 애초부터 인연 맺었던 것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장 대표는 수석최고위원 시절이던 2024년 11월 21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서는 당원게시판 공세를 펴는 친윤계(친윤석열계)를 향해 "그분들은 결국은 한동훈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려고, 지금 마음먹고 달려들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불과 1년도 안 된 시간에 한 전 대표와 한 지붕 아래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한 전 대표와의 감정의 골을 넘어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0대 대선 패배 이후 여의도에 입성해 단기간에 당내 반대 세력들을 일소, 제거하고 당권을 쥐었는데, 장 대표 역시 같은 강경 전략을 구사한다면 설사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이 재편될 때에도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박정훈 의원은 지난 15일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본인(장동혁 대표)이 지난주에 한 메이저 언론사 반장을 만났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뭐라고 얘기를 했느냐, '선거에서 져도 내가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누가 나를 지켜주겠냐' 이렇게 얘기를 했다"며 "이건 뭐냐 하면 선거 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다. 내가 살아야지, 내가 살지 않으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 얘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문제에 있어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 대표 지지층이 장 대표 본인에 대한 지지층이 아니라 한 전 대표를 반대하는 세력들의 결집, 즉 '안티층의 구심점'처럼 돼 있다는데서 나오는 분석이다.


장 대표 팬카페 '만사혁통'의 가입질문이 "평소 한동훈을 부르는 호칭은?"이라는 점이 방증이다. 한 전 대표를 "가발"이라거나 "뚜껑"이라고 부른다고 하면 장 대표 팬카페에 가입이 되고, 정상적으로 "한동훈"이라 부른다고 하면 가입이 반려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 지지층의 구성이 이렇다보니 장 대표가 대승적으로 한 전 대표와 화해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순간, 자신의 지지층을 흩어버리고 자기 발밑을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며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내릴 수가 없다"고 바라봤다.


두 사람의 갈등에 구조적 원인이 있고, 1년여 세월을 거치며 겹겹이 쌓였지만, 문제는 두 사람의 갈등이 자연인 장동혁과 자연인 한동훈의 갈등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두 사람이 원인 모를 불구대천 관계를 이어가다가 당이 망할 지경에 이른 탓이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의결을 두고 당 안팎 인사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가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재심 기간 둘이 대화를 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당대표에서 당원권 정지로 쫓겨난 이준석 대표와 갈라서서 당이 어떻게 됐느냐. 대화하면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2024년 한동훈 대표 '번개 만찬'에 친한계 22명이 모여서 긴급 회동을 했었다. 당시 '짜장면 한 그릇 먹더래도 우리가 인원이 108명밖에 더 되느냐'고 물은 바 있다"며 "만나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여기까지 왔다. 탁 터놓고 국민의힘을 위해 우리가 화합 해야 한다는 차원이지 그분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필드에서 뛰고 있는 우리 후보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의 단식 투쟁이 두 사람의 '극적 화해' 그림을 위한 밑그림이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 남원 출신으로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17일 페이스북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단식 장소를 방문해서 장 대표를 격려해달라"며 "장 대표도 한 대표의 방문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의 폭주와 오만에 맞서 서로 힘을 합치는 모습은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장 대표가 화해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화해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만남 등 통합을 극대화하는 시점에 한 전 대표와의 갈등도 마무리했을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가 나온 새벽에 제명 결정을 내린 의도는 한 전 대표 입지 제거를 염두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