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출신'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재정 확장 기대가 원화 약세 키워…외환 개입만으론 한계"
"단기 처방 아닌 재정 방향 전환 필요…신뢰 회복이 해법"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백약이 무효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 환율 안정 대책이 시장에서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잇단 개입과 미국 측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30일 1400원대를 넘어선 뒤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에 근접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사례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단 두 차례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은행(WB) 출신의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고환율과 경기 둔화에 대해 "환율은 경제의 종합 성적표"라며, 현 상황의 핵심 문제로 환율 상승의 '속도'를 지목했다. 환율 수준 자체보다도 재정 확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기대 수요와 달러 헤지 수요가 맞물려 원화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조 의원은 고환율의 근본 원인으로 끝없는 재정 확장 신호와 이에 따른 정책 신뢰 약화를 꼽았다. 외환시장 개입이나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같은 조치는 단기적으로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환율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을 좌우하는 것은 단기 수급이 아니라 성장 전망과 재정 방향, 정책의 일관성인데, 정부가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한 채 환율만 관리하려는 접근이 고환율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재정 정책의 방향 전환과 명확한 출구 전략 제시를 강조했다. 시장과 국민이 확장 재정이 계속될 것이라는 인식을 거두지 않는 한, 개인과 기업의 달러 헤지 수요는 줄어들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기업 보유 달러를 행정적으로 시장에 내놓게 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세제 인센티브 등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15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조 의원은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과 교육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그는 "환율 불안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 경제로 확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재정 정책의 신뢰 회복과 일관된 경제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과의 인터뷰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기업 10곳 중 8곳이 지난해보다 올해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요인으로 '고환율'을 꼽았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분석하는가.
"환율이라는 것은 한 경제 주체의 종합 성적표다. 지난해 6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 환율은 1360원대였다. 오늘(19일) 기준으로 약 110원이 오른 것이다. 6개월 만에 이렇게 오른 것은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와 대부분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1400원대 초·중반까지는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90일 뒤 환율을 얼마로 예측하고 해외 바이어나 수출업체와 계약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헤지(위험 분산)'를 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펀더멘털(기초 여건)과 소위 기대 수요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재정 당국은 세계 선진국들과 달리 재정 확장 정책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또 3월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느냐'는 설(說)까지 돌고 있다. 미국의 달러 유통량보다 우리 원화의 유통량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면 즉각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다. 달러 환율을 현재와 같이 1400원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인데, 이제는 재정 당국이 돈을 푸는 ‘헬리콥터’를 안착시켜야 한다."
환율 불안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가 돈 풀기를 멈춰야 한다'는 의미인가.
"펀더멘털이 움직이는 기본 이유는 재정 확장, 팽창 정책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건 개인까지 내려온 달러 헤지 수요다. 그런데 지금 우리 재정 당국은 개인을 탓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본다. 국민들은 현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확장 정책을 계승하겠구나, 그래서 헤지가 필요하겠구나, 원화만 들고 있다가는 위험하겠구나'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을 뒤집으려면 재정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나 시장 개입으로 급한 불은 껐을 수 있지만, 고환율이라는 불씨 자체를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을 움직이는 것은 단기 수급이 아니라 성장 전망, 재정 방향, 정책 신뢰다. 시장은 외환 개입의 횟수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을 본다. 재정은 계속 풀겠다고 하면서 환율만 붙잡으려 하니 고환율이 지속되는 것이다.
또 정부가 기업들에 거의 협박하듯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놓으라고 하는데, 이는 큰 틀에서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기업이 보유 달러를 외환시장에 공급할 경우 법인세 인하 등 명확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관세 협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관세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모두 동원해도 상대국이 약속한 투자액을 감당하기 어렵다. 외화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면 국부 자산을 달러화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저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어야 한다고 본다. 통화스와프만 체결됐어도 환율이 이렇게까지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원화를 필요로 할 이유가 있겠는가. 양국 관계에서 뭔가 껄끄러운 요소가 없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할 리 없다. 그래서 매우 불안하다."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중장기 재정운용 원칙과 확장재정의 한계, 우선순위, 출구 전략을 분명히 요구할 것이다. 특히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단기성·현금성 지출에 대해서는 성과 기준과 환류 점검을 강화하고, 시장에 '계속 풀겠다'는 신호가 나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제2의 국민연금 동원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통제 장치도 마련할 것이다.
고환율의 충격은 수출기업보다 수입 원가, 에너지, 중간재 부문에서 먼저 나타난다. 철강·석유화학 같은 기간산업이 흔들리면 환율 안정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환리스크 관리, 원가 부담 완충, 공급망 다변화 등 실물 기반을 강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당이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너 3·4세대로 넘어오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이미 일반화됐다. 경영자들은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야지, 창업주 이익 극대화로 회귀할 수는 없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주주로서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정도가 앞으로의 기업 승계 패턴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 강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상법 자체가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기업을 늘 의심하고 통제 대상으로만 설정한 채 채찍부터 드는 입법 프레임이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재무 상태, 산업 사이클, 성장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경영의 결과이지, 법으로 일괄 강제할 출발점은 아니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경영 판단을 입법으로 대체하면 기업은 위축되고 시장은 경직된다.
더 큰 문제는 속도와 강도다. 1·2차 상법 개정의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3차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한 입법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검증도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사주 소각까지 원안대로 강행하는 것은 제도 누적 효과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인가.
"고환율·고금리·경기 둔화 국면에서 정부·국회·기업이 한 팀이 돼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내부적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지킬 수 없다. 민주당 역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기업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뛰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팀 코리아 전략'이 필요하다.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주주 환원에 나서는 기업이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집중투표제 등 제도가 소액주주 보호를 넘어 행동주의 펀드나 단기 차익 세력의 압박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어 장치도 필요하다. 또한 산업·기업별 특수성을 반영해 다른 법과 충돌하거나 글로벌 전략과 연계된 경우에는 합리적인 예외와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다. 법은 원칙이어야지, 현실을 무시한 일괄 명령이어서는 안 된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AI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AI로 인한 산업 지형의 급속한 재편과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목적은 전쟁 무기가 아니라 광산·철도·터널 같은 토목공사였다. 기술의 방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결정한다. 국회의 역할은 AI 기술과 사회적 담론 사이의 균형점을 설계하는 것이다. AI를 두고 '위험하다'거나 '만능이다'라는 극단적인 담론만 반복하는 것은 정치의 책임 회피에 가깝다. 기술은 이미 현실이 됐고,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다. 국회는 기술을 직접 통제하는 주체가 아니라, 기술이 사회에 흡수되는 규칙과 경계선을 설정하는 설계자여야 한다.
'무늬만 AI 사업'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다. 지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살펴보니 AI 사업에만 10조원, 41개 부처, 700개가 넘는 사업이 편성돼 있었다. 하지만 명확한 정책 목표나 재원 산출 근거는 찾기 어려웠다. 배정액도 500억원, 300억원 식으로 기계적으로 나뉘어 있다. 국민이 납부한 소중한 세금이 AI라는 이름 아래 ‘돈 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날카롭게 지적하겠다."
마지막으로 AI가 고용 시장을 흔든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기술을 멈추는 방식으로 고용을 지키려 하면 산업 전체가 뒤처지고, 더 큰 일자리 상실로 이어진다. 속도를 막는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도로를 잇는 정치가 필요하다. 국회 차원에서는 선언적인 재교육이 아니라 산업 수요와 연동된 직무 전환 교육 체계 구축, 한 직장이나 한 직무에 묶여 최후를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유연한 사회 안전망 마련, 자동화 투자와 동시에 재배치·재교육을 병행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설계 등을 검토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기술 대 노동'이라는 대립 구도가 아니라, 기술 발전 속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이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책 없는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대안 제시에 최선을 다하겠다. 사후 대책에 그치지 않고, 단순 노동이 대체되는 시대에 근로자·취업준비생·시니어 세대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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