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변수는 '기여도'…성능보다 산업 파급효과 주목
LNG·에너지부터 제조·공급망까지 그룹 역량 총결집
절충교역 강화 속 국가 간 산업 협력 경쟁으로 번져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배치-II잠수함.ⓒ한화오션
한화그룹이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를 위해 산업 협력과 인적 네트워크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잠수함 성능보다 산업 파급효과를 중시하는 캐나다 정부의 평가 기준에 맞춰 에너지와 제조, 공급망 역량까지 묶는 그룹 차원의 대응에 나선 것이다. CPSP 수주전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국가 간 산업 협력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이번 수주를 장기 산업 파트너십 경쟁으로 보고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플랫폼 자체보다 유지·보수·정비(MRO)와 군수지원, 산업기술혜택(ITB), 고용 창출 등 경제적 기여도를 핵심 평가 요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 에너지 개발사 퍼뮤즈에너지와 뉴펀들랜드·래브라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개념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프로젝트 개발, 금융 조달, 선박 건조, LNG 물류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통합 역량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CPSP 수주전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절충교역을 염두에 둔 행보다. 절충교역은 무기 판매국이 구매국에 기술 이전이나 현지 투자, 부품 수출 등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플랫폼 성능 평가 비중이 20%에 그치는 반면 유지·정비와 군수지원이 50%, 산업기술혜택과 고용 창출, 공급망 통합 등 경제적 혜택이 15%를 차지한다.
이에 한화오션은 잠수함 제안 과정에서 북극과 다해역 작전을 고려한 캐나다 해군의 운용 전략을 지원하는 한편 현지 MRO와 교육·훈련, 공급망 구축을 포괄하는 산업 협력 모델을 제시해왔다. LNG 개발 협력을 잠수함 사업과 연계해 캐나다 산업 기반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그룹 차원의 후방 지원도 병행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과 한화임팩트는 최근 캐나다 퀘벡주에서 몬트리올인터내셔널과 첨단 제조·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항공우주와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니켈과 티타늄 등 핵심 소재, 가스터빈, 항공기 엔진 MRO 분야에서 공급망 협력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현지 영업력 강화를 위한 인사 전략도 가동됐다. 최근 한화오션은 록히드마틴캐나다에서 주요 사업을 이끌었던 방산 전문가를 캐나다 지사장으로 선임했다. 글렌 코플랜드 지사장은 캐나다 해군에서 22년간 복무하며 작전 전술 장교와 초계함 부함장을 지낸 뒤 록히드마틴캐나다에서 할리팩스급 초계함 현대화 사업을 총괄한 인물이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앞줄 왼쪽 첫 번째)가 지난해 11월 24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앞줄 가운데)에게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특수선 안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화오션
CPSP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건조 비용과 30년간의 운영·유지 비용을 포함하면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한 원팀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3월 최종 제안서 제출 이후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수주 경쟁이 격화되면서 각국 정부와 산업계의 개입도 확대되고 있다. TKMS는 잠수함 공급을 넘어 핵심 광물과 LNG, 수소, 인공지능(AI) 분야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투자 구상을 논의 중이다. 한국 정부 역시 방산 특사단 파견을 추진하며 산업계 전반의 협력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한화를 비롯해 HD현대와 현대차그룹, 대한항공 등 주요 기업들이 절충교역과 연계한 역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온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캐나다의 선택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함께 속해있는 전통적 파트너인 독일이냐, 아니면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고 중견국의 위상을 공유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한국이냐의 전략적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은 잠수함 기술력을 바탕으로 북극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캐나다와 함께 북극항로를 개척하며 원해 작전 역량을 키워갈 수 있다”면서 “CPSP 수주는 나토 시장 진입의 교두보이자 미국과의 동맹 네트워크 강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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