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DS의 속내 : 제국의 수명 연장 프로젝트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26 09:04  수정 2026.01.26 09:05

미국의 패권 연장 프로젝트

주는 한국, 종은 미국

미국과 달라도 너무 다른 대북 인식이 걱정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강대국 쇠퇴의 원인: 40년 묵은 예언서의 귀환

벌써 40년이 다 된 연구서를 다시금 훑어보았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Paul Kennedy)는 그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1987)에서 패권국의 숙명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패권국은 국제 체제를 관리하고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해로의 안전 보장, 기축 통화 유지, 동맹 안보 제공 같은 막대한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그 범위가 확장될수록 동맹 방어와 해외 주둔 등 ‘전략적 의무(Commitments)’의 비용 청구서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결국 강대국은 경제적 체력 고갈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등장한 세력전이이론(power transition theory) 역시 지배적 강대국(Dominant Power)이 힘을 잃으면 그 빈자리를 경쟁 강대국(Great Power)이 차지한다고 예견한다. 낡은 책장의 먼지를 털어내고 이 이론을 다시 꺼내 든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발간된 미국의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이하 NDS)에서 패권국의 쇠퇴를 막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읽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패권 연장 프로젝트

이번 NDS에서 미국은 안보 환경의 핵심을 ‘동시성 문제’(The Simultaneity Problem)로 규정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잠재적 적국들이 단일 전선이 아니라 복수의 전역(Theater)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혹은 기회주의적으로 연합하여 미국을 들이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은 중동과 아태지역의 ‘두 개의 주요 전쟁(Two-Major Theater War)’을 놓고 고민했었다. 두 곳 모두 이길 것인가(win-win), 아니면 한 곳을 정리하고 이동할 것인가(win-hold-win)를 따지던 시절은 차라리 낭만적이었다. 이제 미국은 전선 자체를 구분할 수 없는 복합적 위협 앞에 서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미국의 대응책은 명료하다. ‘최소 개입’과 ‘비용 분담’이다. 본토 방어와 핵심 이익(서반구 및 인도-태평양)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동맹국에게 ‘공정한 몫’(Fair Share)이라는 명분으로 떠넘기겠다는 심산이다. 가장 심각한 도전자인 중국에 대해서는 ‘대결’(Confrontation) 대신 ‘힘’(Strength)을 강조한다.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되, 압도적 우위로 협상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다.


방한한 트럼프 진영의 핵심 전략가 엘브리지 콜비(Elbridge A. Colby)가 주창하는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 역시 맥락은 같다. 적이 공격으로 얻을 이득 자체를 삭제해 버리거나 성공 확률을 제로에 수렴하게 만들어, 감히 공격할 엄두를 못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공격당하면 상대를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공포의 균형, 즉 ‘상호확실파괴(MAD)’ 전략에서 한 발 뺀, 과학기술 의존적인 가성비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결국 이번 미국의 국가방위전략은 패권국 쇠퇴의 구조적 원인인 과도한 세계 체제 유지 비용을 과감히 삭감함으로써, 세력전이의 함정에서 벗어나겠다는 영리한 선택이다.

주는 한국, 종은 미국

이번 NDS에서 미국은 한국을 향해 서늘한 메시지를 던진다. “미국의 결정적이지만 보다 제한적인(critical but more limited) 지원으로, 북한을 억제하는 주요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은 한국에 있다.”


여기서 방점은 ‘주요 책임’에 찍힌다. 북한이라는 맹견은 이제 한국이 알아서 감당하라는 통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미 2025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핵 문제를 삭제했던 터라 예견된 수순이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 군축으로 가려는 포석이라 우려하지만, 시니컬하게 보자면 북한의 몸값을 굳이 올려주지 않으려는 무시 전략일 수도 있다. 단 하나 확실한 건, 북한이 핵을 쓸 경우 “정권의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미국의 의지와 선언이다. 다만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문서로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니, 양국 정상을 비롯한 안보 당국자 간의 인식 공유와 케미가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과 한반도 문제의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안보전략대화의 빈도와 농도를 높여야 할 때다.

미국과 달라도 너무 다른 대북 인식이 걱정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한국 정부가 책임지길 원한다. 아니, 냉정히 말해 그것은 원래 우리의 몫이었다. 한미동맹은 든든한 보험이지 영원한 공짜 점심이 아니다. 대만 해협에서 미·중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 위기만이라도 한국이 독자적으로 틀어막아 준다면 미국은 부담 없이 대만으로 병력을 돌릴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이 원하는 그림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북한이 오히려 우리가 공격할까 봐 걱정한다”라는 군 통수권자의 한가한 넋두리는 한미 간 인식의 괴리가 얼마나 거대한지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다. 미국은 “네 앞가림은 네가 하라”며 계산서를 내밀고 있는데, 우리는 “쟤가 나 무서워해”라며 딴청을 피우는 꼴이다.


북한의 핵무기만 위협이 아니다. 러-우 전쟁에 참전한 대가로 북한은 드론전을 비롯한 재래식 군사 작전 능력을 키웠다. 가히 핵 재래식 병진노선이라 부를 만하다. 북한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교전국으로 여기고 힘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북한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안심해서는 안 된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가 얼마나 구차했는지 경험하지 않았는가.

글/ 이인배 전 국립통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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