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는 필수 인프라…아이 한 명도 포기하지 않을 것"[인터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1.26 13:33  수정 2026.01.26 13:48

정낙균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장 인터뷰

서울성모병원, 지난해 12월 어린이병원 개원

“어린이병원, 아이들을 지켜내겠다는 병원의 의지”

“안정적 인력 보강 위한 국가 지원책 마련돼야”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초대 병원장인 정낙균 교수(소아청소년과)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는 현재 한국 의료체계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전공의 기피와 낮은 수가, 과중한 책임이 겹치며 인력은 빠르게 줄고 있고, 중증·희귀 소아청소년 환자를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도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 의료가 중대한 전환점에 놓인 가운데,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12월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을 개원했다. 중증·희귀난치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소아 전문 의료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4일 어린이병원 초대 병원장인 정낙균 교수(소아청소년과)를 만나 어린이병원 출범의 배경과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소아청소년 의료,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다”

정낙균 병원장은 어린이병원 출범 배경에 대해, 소아청소년 의료를 더 이상 부속 진료 영역이 아닌 ‘지켜야 할 필수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절박함이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증·희귀 질환을 치료해야 하는 병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린이병원 개원은 끝까지 아이들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출생과 삶의 시작을 지키는 자리에 서 있는 만큼, 미숙아나 선천성 질환,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어렵더라도 태어난 아이 한 명 한 명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와 비교해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이 ‘독립된 병원’ 형태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아 진료를 하나의 독립된 체계로 세워야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자원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지 가시화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지원과 투자 논의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정 병원장은 “서울성모병원은 이미 소아혈액암과 종양 질환,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심장수술, 신장 투석 등 고난도 소아 진료 전반을 수행해 왔다”며 “공공 어린이병원에 준하는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보유한 역량에 비해 저평가된 측면이 있었다. 어린이병원 개원은 이러한 역할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은 이러한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성모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2025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추가 공모’에서 신규 선정되며, 수도권 내 소아 응급 진료의 거점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


정 병원장은 “이번 지정을 계기로 시설과 병상, 중증 환자 수용 역량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며 “병원 내부적으로도 소아 응급 진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영역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강조했다.


“인력난은 큰 과제…정책적 지원 필요”
서울성모병원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을 개원식에 참석한 내외빈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의 차별점은 ‘전인적 돌봄’에 있다. 정 병원장은 이탈리아 로마 ‘밤비노 예수병원’을 언급하며, 중증·희귀 소아환자를 치료하는 동시에 정서적·사회적 돌봄까지 아우르는 의료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질병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거나,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 합병증으로 오랜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은 의료적 치료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 정서적 상태, 가족 전체에 대한 지원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부분을 총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기관이 되는 것이 어린이병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소아암이나 만성질환처럼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경우, 돌봄의 대상은 환자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로 확장된다.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은 초기 진단 단계부터 정서적 개입을 시작해 부모 상담, 경제적 지원 연계, 보호자 쉼터 제공까지 밀착 지원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정 병원장은 “심리·정서적 지원은 병원 내 ‘솔솔바람’ 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원목실과 사회사업팀, 소아정신건강의학과, 미술·음악치료 프로그램, 소아 호스피스·완화의료까지 연계된 지원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우울, 가족의 정서적 상태까지 함께 돌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과 인력난은 여전히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정 병원장은 전공의 공백 이후 현장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와 당직 전문의 체계를 통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진단이다.


소아 인구는 줄고 있지만, 중증 소아 환자의 비중과 치료 난이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상황은 인력난을 가중시킨다. 특히 미숙아 생존율이 높아지고 희귀질환 환자도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일정 규모 이상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정 병원장은 “의과대학 과정에서 소아 진료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치료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들이 부담 없이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병원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병원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적 지원 없이는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 병원장은 “진료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력이 핵심”이라며 “의료 현장이 안정적으로 인력을 보강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아 진료를 맡아도 생계와 전문성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필요하다”며 “1차·2차 의료기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소아 진료가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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