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지자체·주민 반발…“우려·의견 제대로 반영 안 돼”
협의할 사안 많은데도 일방통행으로 갈등·불확실성 야기
적극적 대규모 공급 의지 재확인에도 실현은 ‘산 넘어 산’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기로 한 마사회 소유의 경마장.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유휴부지를 활용한 6만가구 주택 공급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지만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할 조짐이어서 시작부터 삐걱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협의할 사안이 많은 상황에서 일방적 강행으로 갈등을 야기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 날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서 밝힌 수도권 6만가구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날 열린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발표된 이번 방안에는 접근성 좋은 도심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6만가구 주택을 신속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3만2000가구, 경기 2만8000가구, 인천 100가구 등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및 캠프킴 등 기존 계획 물량을 제외하면 신규 물량은 5만2000가구 규모다. 여의도 면적의 약 1.7배에 달하는 규모로 서울 물량은 과거 보금자리주책 물량(3만8000가구)의 약 84% 수준이다.
이번 방안에는 용산 외에도 서울 노원구 태릉CC와 경기 과천 경마장, 방첩사 부지 등 서울과 인근 지역들이 포함됐는데 이들 지역들 중 상당수가 협의 부족으로 인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갈등이 야기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자체에서는 정부가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지역 주민들도 교통혼잡 등 여러 우려 사항에 대해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이 날 발표된 부지 내에 가구 수도 확정을 못한 곳이 다수다.
그동안 가구 수를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공방이 지속돼 온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끝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이 날 대책에 포함돼 발표됐다. 당초 6000가구로 계획했던 서울시는 국토부의 1만가구 요구에 최대 8000가구까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토부는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서울시는 주택수를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늘릴 경우 생활 인프라 등 기본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해 사업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착공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이 날 대책에도 1만 가구를 그대로 포함시켰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개발이 추진됐던 태릉CC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를 부딪혀 지지부진해 졌는데 이번에도 이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에 따른 가구 수 조정과 주민들의 필요 시설 적극 지원 입장을 밝혔지만 반대 여론이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29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이에 서울시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정부 공급 대책이 발표된 이 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오늘 발표된 대책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시가 제시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배제된 대책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3만2000가구 공급 대상지는 서울시의 우려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해 “정부는 1만가구를 제시했으나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를 주장해 왔다”며 “이는 해당 지역의 주거 비율을 적정 규모(최대 40% 이내)로 관리하고, 양질의 주거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제업무지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태릉CC부지에 대해서도 “해제되는 개발제한구역 면적에 비해 주택공급 효과가 미비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여건과 지역주민의 의사가 배제된 일방적인 대책은 과거 문재인 정부 8·4 대책의 실패를 반복하는 공염불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과천 경마장도 한국마사회 및 과천시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 많은 상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 시설 이전 계획을 수립한 후 경마장을 경기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이주 시점과 장소가 불확실한 상태다.
과천시와 한국마사회는 이미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지난 23일 “과천시는 현재도 도시 기반 시설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지역 내 추가 주택 공급지 지정에 대해서는 시민들과 뜻을 같이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노조도 “과천 경마장은 마사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시설로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경마 산업 전반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가 지자체와 유관기관들과의 협의 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조급하게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갈등만 야기하고 실질적인 사업 추진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발표 부지들은 대부분 인허가와 이해관계 조정, 재원 마련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며 "착공에서 실제 입주(준공) 시점 사이에는 통상 3~4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장의 시간차에 대한 공급 실효성 우려 문제를 상쇄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고 언급했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총괄표.(자료:국토교통부)ⓒ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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