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주택 물량 늘리고 정비사업 제외”, 정부·서울시 ‘대립각’ 심화되나 [1·29 부동산 대책]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1.29 18:06  수정 2026.01.29 18:33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량 이견 여전…주택공급 vs 도시경쟁력 강화

정부, 주택 물량 확보에만 총력…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는 ‘외면’

규제에 재개발·재건축 ‘지지부진’…민간 공급 동력 상실 우려

용산국제업무지구 전경.ⓒ뉴시스

서울의 대표적인 핵심지인 용산에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상호 이견을 보여 온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량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서울시가 이에 반발하면서다.


또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던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책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되면서 시의 반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대립각 심화로 신속한 주택공급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정부가 29일 오전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 규모를 1만가구로 설정하자 서울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이번 주택 공급 대책에 핵심 부지로 꼽힌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 용산구 일원에서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해 총 1만3501가구가 공급되는데, 이중 1만 가구가 용산국제업무부지 물량이다.


당초 6000가구로 계획됐던 물량을 4000가구나 대폭 확대한 것으로 국토부가 주창해 온 계획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서울시·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조속히 협의를 완료해 오는 2028년 착공을 추진한단 계획이다.


이에 최대 8000가구를 강조해 온 서울시가 즉각 반발했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정부 공급 대책이 발표된 이 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오늘 발표된 대책은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시가 제시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배제된 대책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서울시의 우려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는 그동안 1만가구 공급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서울시는 개발계획 변경을 최소화하고 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전제로 상업·마이스·업무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주택물량의 상한선이 8000가구라고 보고 있다.


김 부시장은 “단기적인 주택공급 숫자에 매몰되면 안 된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거비율 적정규모를 최대 40% 이내로 관리하고 양질의 주거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시는 정부가 1만가구 공급을 강행할 경우, 학교·공원·도로 등 기반시설 문제와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 개발계획 수정을 위한 행정절차로 개발사업이 2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은 입지 가치의 측면에서 대체할 지역이 없고 주거지로는 물론 중심업무지구로서의 미래가치도 상당히 높다”며 “이 때문에 장기적인 도시경쟁력의 강화라는 목적과 당장의 서울 내 주택공급이라는 목표가 상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이 크지만 주거는 도시 기능의 일부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지역의 활용에 대해서는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서울 노원구 태릉CC 전경.ⓒ뉴시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하다 실패했던 노원구 태릉CC 개발을 통한 6800가구 공급에도 상호 이견이 감지된다. 정부는 세계유산영향평가와 교통대책 마련 등을 거쳐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거공간을 제안했지만 서울시는 문화재·교통·환경 등의 문제로 실효성을 꾀하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용산과 태릉 외에도 정부가 동대문구 일대 국방연구원(1000가구)과 한국경제발전전시관(500가구)를 이전하는 방안을 대책 발표 이틀 전 서울시에 통보하는 등 정부가 주택 물량 확보에만 치중하면서 지자체와 제대로 된 소통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정부는 공급부지 확보에 무리수를 둔 것과는 상반되게 그동안 서울시가 줄기차게 요청했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은 외면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창해 왔는데 이번 공급대책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지정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이주비 대출 규제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 수위도 높아지면서 사업은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정비사업이 주택공급의 주요 수단인 점을 고려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향후 양측의 갈등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시장에서는 용적률 상향,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유예 등을 기대했으나 민간 주도의 대규모 공급 확대 동력은 확보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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