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차 노조 '로봇 투입' 강력 반발…李대통령 "거대한 수레 못 피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측의 생산 현장 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 계획에 반발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 어차피 올 세상이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생산 로봇을 현장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어느 노동조합이 선언한 것 같다"며 "진짜는 아니고 투쟁 전략·전술의 일부겠지만, 결국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투입에 대해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날은 "회사 측이 일방통행하면 판을 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드 아메리카에 투입해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에 활용하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으로 작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로봇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24시간 먹지도 않고 일하는 세상이 곧 오게 돼 있다"며 "AI가 할 수 없는 고도의 일자리가 아니면 AI 로봇이 하지 않는 더 싼 노동으로 일자리가 양극화된다고 예측하지 않냐.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며 저항했던 '러다이트 운동'과 국내에서 성행했다 사라진 주산·컴퓨터 학원 등을 거론하며 "이렇게 세상이 급변하는데 AI도 비슷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이걸(AI)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이 AI를 학습할 기회를 부여하고, 이걸 도구로 많은 사람이 생산에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AI 사회 도래에 따른 노동 양극화 대비를 위한 '기본사회'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때 우리 사회 미래에는 생산 수단의 소유나 생산 능력이 양극화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고, 거기에 대응하는 소위 '기본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사회주의자, 빨갱이 등 과격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런데) 지금 상태에서는 저의 문제 제기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설탕 부담금' 공론화를 증세와 연관 짓는 야당과 일부 언론 보도를 겨냥해 "내가 말하기 진짜 무서워지고 있는데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내 말을 받아들여달라"며 "시비를 걸고 상대의 주장을 왜곡 조작하면 토론이 안 된다. 있는 사실 그대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입장을 조정해나가야 변화의 고통이 줄어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설탕세 도입' 비판 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며 "섀도복싱 또는 허수아비 타법"이라며 "'설탕세 시행 비난'은 여론조작 가짜뉴스"라고 썼다.
그러면서 "일반 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그 필요를 유발한 원인에 부과하는 부담금은 다르고, 시행 방침과 의견조회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실도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설탕세'로 표현되는 일부 보도에 대한 정정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일부 언론이 '설탕세'로 인용 표기하며 정부가 새로운 과세 제도를 도입해 증세할 것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당류 과사용에 대한 우려와 국민 건강 훼손에 대한 공론화 차원에서 설탕부담금을 사회적 공공 담론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차이를 국민에게 더 잘 알려야 함에도 '증세' 또는 '과세 추진'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관계의 왜곡"이라며 "불필요한 오해와 왜곡을 조장하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정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에 국민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는 어떠시냐"고 의견을 물었다.
▲90여건 민생법안 처리했지만…2월 '사법개혁' 놓고 또 대치정국
여야가 법안 처리 지연에 따른 여론 악화를 고려해 본회의에서 90여건의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내달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이를 저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월여야 대치 국면이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여아는 29일 본회의에서 90여건의 민생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2~1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허위조작정보근절법, 2차 종합특검 등 쟁점 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로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여론을 의식해 뒤늦게 민생 현안 처리에 나섰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미루고, 국민의힘은 전면적인 필리버스터 방침을 일시적으로 유보하면서 민생 법안 우선 처리가 성사됐다.
다만 이같은 민생 정국은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사법 개혁안과 중수청·공소청법, 3차 상법 개정안 등 다수의 쟁점 법안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사법개혁 법안을 설(2월 17일) 연휴 이전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사법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법 왜곡죄·재판소원 도입 법안 등을 포함한다. 대법관 증원법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조희대 대법원장의 후임을 포함해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정부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법 왜곡죄는 판사·검사 등이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에 관련해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법원까지 3심제로 이뤄진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한 차례 더 허용하는 재판소원제 역시 사실상 4심제와 다를 바 없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수청·공소청법은 정부 입법예고가 종료됨에 따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당내 강경파와 지지층의 요구에 맞춰 정부안에 담긴 중수청 이원화 구조를 수정해 2월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수청 이원화는 변호사 자격 중심의 '수사사법관'과 기존 검찰수사관 성격의 '전문수사관'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제2의 검찰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 대표 역시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처럼 쟁점 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 정국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야당과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 입법과 관련해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2월 중 처리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사법개혁 요구는 김건희 여사의 1심 판결 이후 범여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국정농단으로 내란의 시발점이 된 김건희가 사회를 버젓이 돌아다니게 생겼다"며 "조희대, 지귀연, 김건희 재판 우인성 등 사법 개혁으로 내란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전날 1심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에 크게 못 미쳤다.
검사 출신 이건태 민주당 의원도 "김건희 1심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러니 법원을 믿을 수 없는 것, 이러니 사법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검찰개혁과 함께 사법개혁이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아프게 깨닫는다"고 주장했다.
▲與 주도로 임명된 특검인데…김건희 판결에 尹정부 '특검공세' 도마
김건희 여사의 여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자, 여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통일교 뇌물 부분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 '특검 정국' 동력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게이트 관련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야권 일부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임명한 특검이 기소한 사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되레 여당은 사법부에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은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가 조작과 명태균 게이트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며 "권력의 핵심은 보호하고 지엽적인 부분만 처벌한 명백한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가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에게 내린 판결이 '봐주기'라고 보고 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물품을 전달받은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8개월이 선고된 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과 명태균 게이트는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당시 사활을 걸고 특검을 추진한 사안이다. 지난 2023년 12월 21대 국회에서 시작된 이른바 '김건희 특검'은 4차례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막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내란·채상병 특검'과 함께 3대 특검으로 출범했다. 김건희 특검은 윤석열 정부 내내 김 여사의 꼬리표였던 '주가조작·명태균' 등 의혹을 진상규명하기 위한 조치였다.
민주당의 과반 의석은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내용을 일부 수정해 재발의를 거듭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 윤석열 정부 내내 '특검 정국'은 반복됐고, 여야 대치도 장기화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특검 중독증은 불치병 수준"이라며 정권 발목잡기에 반발했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원이 주가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국민의힘 일부에선 "민주당식 정치 선동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났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백억의 혈세로 진행되었던 길고 길었던 특검, 윤석열 정권 시작부터 물고 뜯었던 주가 조작과 명태균 사건 모두 무죄로 판결 났다"며 "민주당이 권력 찬탈을 위해서 국민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 선동을 일삼는지 확인되는 부분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수년간 민주당과 일부 좌파 세력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이른바 '명태균 의혹'을 앞세워 특검을 요구하며 윤석열 정부를 집요하게 흔들었다"며 "이 의혹들은 윤석열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주요 정치 도구로 이용됐고, 나아가 탄핵 정국을 조성하는 명분으로까지 동원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판결이 밝혀낸 것은 범죄의 실체가 아니라, 민주당과 좌파 세력이 만들어 온 정치 선동의 실체였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사과도 반성도 없는데, 민주당이 주도해 임명한 특검이 기소한 사건임에도 무리한 기소와 정치적 책임에 대해선 단 한마디 반성 없이 오히려 사법부를 향한 공격만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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