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운 퇴직연금, 주도권은 은행
수익률은 리스크 감수해도 낮아
"운용 구조 개선할 혁신 논의해야"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96조8021억원으로 집계됐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500조원 돌파를 앞둔 가운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은행권의 수익률이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리금 비보장 상품마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차별화되지 못하면서 퇴직연금 운용 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96조8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459조4625억원 대비 불과 석 달 만에 8.1%가량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성장을 주도한 것은 은행권이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같은 기간 241조418억원에서 260조5580억원으로 8.1% 증가했다.
전체 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2.4%로, 퇴직연금 유입 자금 중 절반 이상이 은행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집중도가 높았다.
이들 5개 은행의 적립금 합계는 208조7259억원으로 은행권 전체의 80.1%, 국가 전체 적립금의 42.0%에 달했다.
퇴직연금 자산의 상당수가 대형 시중은행으로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자산 규모의 성장세와 대비되는 저조한 수익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퇴직연금이 낮은 수익률로 인해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개인형 퇴직연금(IRP)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4.71%로 집계됐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주식형 펀드나 ETF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상품이다.
그러나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3%대임을 고려하면 투자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원리금 보장 상품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예금성 원리금 보장 확정급여형(DB) 수익률은 하나·우리은행이 3.14%로 가장 높았고, KB국민(3.08%), 신한(3.02%), NH농협(2.73%)이 뒤를 이었다.
확정기여형(DC)에서는 하나은행이 2.90%, 나머지 은행들은 2.6~2.7%대에 머물렀다.
IRP 수익률은 ▲하나(2.73%) ▲우리(2.67%) ▲농협(2.63%) ▲국민·신한(각 2.53%) 순으로, 대부분이 2% 중후반대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저수익 구조가 지속될 경우 노후 자산 마련이 어려워지고, 자산 운용 능력에 따라 노후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립금 규모에만 치중한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수익률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운용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퇴직연금 구조는 자산운용의 효율성보다는 판매 채널의 접근성에 따라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적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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