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정책 수단 얼마든지 있다…다주택 해소하라”
다주택자 매물 내놓나…서울 아파트 매물 하루 새 2% 증가
“양도세 중과 효과 일시적…현실성 있는 공급 계획 필요성 커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자·투기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다주택자들의 선택지도 좁혀지는 모습이다.
이같은 다주택자 규제 행보는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읽히는데 수요에 대응할 공급이 단기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강력한 세금 카드를 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_와 국무회의 등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인 4일 엑스를 통해 “이미 4년 전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매년 종료 예정됐던 것인데 대비 안 한 다주택자 책임 아닌가”라며 “‘또 연장하겠지’라는 부당한 기대를 가진 다주택자보다 집값 폭등에 고통받는 국민이 더 배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유예 기간 종료를 100여일 앞둔 시점에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갑자기 공식화했다며 불만 여론이 확산된 것에 대한 일침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2022년부터 1년 단위로 연장돼 온 한시적 조치였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지적이다.
점점 강도 높아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이날 “주거는 하나만 하는 것”이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25일에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부동산 정상화를 불법 계곡 정비, 코스피 5000 달성 등에 비유하며 “정부는 의지와 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정책에 맞서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 감세 혜택 누리며 다주택을 해소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에도 오는 5월 9일까지가 다주택자들에게 마지막 기회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비판 여론에 대해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겼나”라며 “다주택자 눈물을 안타까워 하며 부동산 투기를 옹호하시는 여러분들, 맑은 정신으로 냉정하게 변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장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며 “이번이 마지막 탈출 기회”라고 했다.
국무회의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사회 발전을 통째로 가로막는 암적인 문제가 됐다”며 “‘이번에도 안 된다더라’가 되면 앞으로 남은 4년 몇 개월간 국정을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정권 교체를 기다려보자는 이들도 있을 수 있는데, 그게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치밀한 정책 설계를 주문하기도 했다.
ⓒ데일리안 DB
다주택자, 서둘러 매물 내놓지만…시장 안정화 효과 제한적
대통령의 ‘마지막 기회’라는 강력한 권고에 다주택자들 중 일부는 주택 처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일 강도가 높아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양도세 중과 유예를 시작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5만9021가구로 하루 새 1171가구, 약 2% 증가했다. 연초(5만7001가구) 대비로는 2020가구(3.5%) 늘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대한 방침도 구체화됐다. 일단 조정대상지역에서 5월 9일까지 매도 계약을 한 건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3~6개월 유예기간을 부여해 해당 기간 내 잔금 및 등기를 완료할 경우 양도세 중과를 면제한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경우 3개월, 지난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지역에 새로 지정된 곳은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세입자 거주로 거래가 어려운 예외 상황 등도 검토해 보완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거래 매물도 증가해 시장 안정에 일부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양도세 중과 재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향후 보유세 강화 등 더욱 강력한 세금 정책이 동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증여나 버티기를 선택한 후 서울에서 나오는 다주택자들 매물은 10~20% 정도일 것”이라며 “매물이 나오더라도 강남 등 서울이 아니라 그 외 지역에서 나올 것이고 양극화는 심화될 수 있다”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보합 수준으로 일시적인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보유세 강화 등 다른 조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가 다주택자 등 부동산 투자 수요를 차단하고 실거주 수요를 보호하는 데 있는 만큼, 수요 억제책 이후 현실적인 주택공급 물량 확보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서울 3만2000가구를 비롯해 수도권 도심 내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단 1·29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과 착공 시기 등으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과천 경마공원 등 이번 대책의 핵심 공급부지를 두고 정부와 서울시·과천시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데다가 가장 이른 착공 시점도 2027년으로 대부분 2029년과 2030년이어서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요를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단 진단이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은 유동성은 풍부한 반면 공급 불안은 큰 상태”라며 “수요 억제 중심 정책은 장기적인 안정 해법이 되기는 어렵고 수요를 누르는 동안 공급과 제도 측면에서 시장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29 주택공급 대책 핵심은 실행 속도”라며 “실제 공급 일정이 가시화돼야 하며 정책에 대한 신뢰도 체감 가능한 추진 속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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