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이 쏘아 올린 새벽배송 금지 해제…산업부, 상생모델 고민해야 [기자수첩-정책경제]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입력 2026.02.09 07:00  수정 2026.02.09 07:00

여당,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 속도

산업부, 법 통과 이후 상생 모델 정교히 설계해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하역장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쿠팡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쿠팡을 탈퇴하는 이른바 '탈팡' 현상이 나타나면서 유통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이 쿠팡이라는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머물던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가 유통 시장의 대안 찾기 차원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통 정책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고 있다.


특히 영업제한 시간(자정~오전 10시)에는 온라인 배송조차 할 수 없도록 묶어둔 탓에 전국 곳곳에 거점 인프라를 가진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갖춘 이커머스 업체들의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탈팡 이슈는 단순히 소비자의 선택권을 넘어 유통 산업 전반의 공급망 안정성과 플랫폼 리스크 분산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던졌다.


특정 이커머스 플랫폼의 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진 상황에서 발생한 보안 사고는 유통 생태계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이 단순한 기업 특혜가 아니라 유통 시장의 건전한 경쟁 체제를 복원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안이라는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여당 역시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빗장을 푸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법 주무 부처인 산업부 그동안 상생이라는 명분과 규제 혁파라는 실리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오프라인 거점(대형마트)의 물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안전한 물류 서비스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우려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유통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과 전통시장의 경쟁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난 지 오래다.


국내 플랫폼의 보안 우려와 규제 역차별을 틈타 알리·테무 등 해외 직구 플랫폼이 파고드는 상황에서 국내 대형마트의 손발을 계속 묶어두는 것은 국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뼈아픈 일일 수 밖에 없다.


여당이 입법 드라이브를 거는 지금 산업부는 법 통과 이후의 상생 모델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대형마트 배송 허용이 중소 유통업체와의 데이터 보안 강화 협력이나 공동 물류망 구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편리함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배송을 원하고 있다. 탈팡으로 흔들리는 유통 지형도 속에서 대형마트가 신뢰할 수 있는 물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산업부가 낡은 규제의 빗장을 푸는 전향적인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기자수첩-정책경제'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