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방어력 못 따라가
빚 못 갚는 기업·소상공인 늘자
대손충당금 확대에도 역부족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171.7%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국내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대응 여력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떼일 위험이 있는 부실채권 규모가 급격히 불어난 반면, 은행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 적립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평균 171.7%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32.5%포인트(p) 급락한 수치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잔액과 비교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출 부실에 대해 은행이 견뎌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이 그만큼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충당금 적립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속도가 은행의 적립 속도를 앞지르면서 지표 악화를 막지 못했다.
실제 이들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NPL 잔액은 전년 말 대비 15.1% 증가한 4조54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부실이 늘었던 지난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전체 대출 중 NPL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평균 0.30%로 1년 전보다 0.03%p 상승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특히 우리은행의 하락세가 가장 가팔랐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NPL 커버리지비율은 171.5%로, 전년 대비 76%p 가까이 폭락하며 대응 여력이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말 173.1%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동안 28.6%p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29.0%p 줄어든 136.36%에 그치며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커버리지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방어력을 높였다. 국민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은 206.0%로 전년보다 3.5%p 상승했다.
타 은행들이 부실채권 급증에 휘청일 때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충당금을 쌓으며 유일하게 200% 선을 지켜냈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향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기 부진과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한계에 내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부실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시장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차주들이 부실채권 전환이 가속화 된다"며 "특히 자영업자 대출이 은행권 건전성을 위협하는 고리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충당금을 대거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지표가 나빠졌다는 것은 부실의 크기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라며 "보수적인 여신 관리와 추가적인 자본 확충 노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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