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지역 간 수급 미스매치 심각
민간 진입 가로막는 규제 개선 시급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지난해 29만2000만명으로 집계됐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급속한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생애 말기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장기요양·돌봄·장례 등 생애말기 필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행 공급 구조와 제도가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별 양극화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0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과 조사국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지난해 29만2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생애말기 고령인구란 사망 전 1~2년의 중증 돌봄과 임종 준비가 필요한 인구를 뜻한다.
지난 2001년 14만8000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생이말기 고령인구는 오는 2050년에는 약 63만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2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같은 흐름에 노인요양시설 및 화장시설 등 시설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가족 돌봄 기능이 약화되고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시설 이용 수요는 인구 증가 속도보다 훨씬 가파른 상황이다.
노인요양시설의 입소 현원은 지난 2008년 이후 연평균 8.0% 증가했다.
중증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3~4% 늘어난 데 비해 2배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한국은행
화장건수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사망자수(연평균 1.5%)보다 화장건수의 증가세가 6.0%로 빠르게 늘었다.
화장률은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급등했다.
공급은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수요자가 원하는 질 좋은 서비스와 대도시 내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요양시설의 경우 선호도가 높은 A·B등급 시설 비중이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시설은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반면 하위 시설은 정원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화장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2025년 75.5%로 하락했다.
특히 서울, 부산 등 대도시권에서 수요 과부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지역 간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의 요양시설 잔여 정원은 3.4%로 포화 상태인 반면 전북은 12.4%로 여유가 있다.
화장시설 역시 서울은 사망자수 대비 -11.7%로 가동여력이 과부하인 상태다.
보고서는 이러한 수급 불균형의 원인으로 '인센티브 불일치'를 꼽았다.
우선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일당 정액수가제'가 대도시의 높은 부동산 비용을 반영하지 못해 민간의 신규 진입을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토지 건물 소유 의무에 따른 기회비용을 고려할 경우, 서울은 월 800만원 적자(비급여 수입 제외)인 반면 경남은 2000만원 흑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시설의 경우 주민들의 기피(님비) 현상으로 수요지에서의 설치 장벽이 크게 높아졌다.
실제 이에 따른 행정 제약이 강화돼 전국 62개소 중 61개소가 공설인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님비현상은 서울추모공원(14년 분쟁)이나 하남시(백지화) 사례처럼 공급을 지연시킨다"며 "지자체의 신중한 대응으로 이어져 신고제임에도 민간 진입이 제약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인요양시설과 화장시설의 확충을 위해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인센티브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우선 도심형 요양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높은 부동산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귀속임대료'를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해 도심 내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분산형 화장시설 도입도 강조했다.
대형 시설 건립 대신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설치를 검토하면 유족 편의를 높이고 지역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설치를 제약하는 의료법 및 용도지역 규제를 개선하고 민간 공급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향후 25년간 생애말기 고령인구가 2배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공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관리·감독과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인프라 확충은 민간에 맡겨 '사회적 부담'이 아닌 '산업적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