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과 13년 간 교류…‘2005년 이후 단절’ 주장과 배치
공화당 의원들까지 가세한 사퇴 압박...의회 소환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17일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억만장자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의혹에 휩싸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인 그가 민주당뿐 아니라 집권 여당인 공화당 일각으로부터도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달 30일 공개한 엡스타인 문건을 통해 러트닉 장관이 이전에 밝혔던 것보다 엡스타인과 러트닉 장관이 더욱 긴밀한 관계였음을 시사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법무부 문건을 토대로 러트닉 장관과 엡스타인은 뉴욕시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 사이드에서 10년 넘게 이웃으로 지내며 최소 13년간 정기적으로 교류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트닉과 엡스타인은 동일한 비상장 기업에 공동 투자했고, 지역 및 자선 관련 사안으로 교류했으며, 뉴욕과 카리브해에서 사교 활동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엡스타인 문건 250여건에 러트닉 장관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러트닉 장관이 지난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 2005년 만난 뒤 혐오감을 느껴 이후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그는 당시 팟캐스트 ‘포드 포스 원’에서 2005년 이후 결코 그와 같은 방에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그게 내 이야기다. 한 번으로 완전히 끝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ABC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문건들은 러트닉 장관이 2005년 이후에도 엡스타인과 지속적으로 교류했음을 시사한다. 2011년 5월1일 엡스타인의 일정표에 러트닉 장관과의 술자리 계획이 포함돼 있었으며 법무부 문건에는 러트닉 장관과 가족이 2012년 엡스타인의 개인 섬 방문을 계획했다는 기록도 포함돼 있다고 ABC 등은 전했다.
법무부 문건에 따르면 2012년 러트닉 장관과 엡스타인이 테크기업 ‘애드핀 솔루션스'에 공동투자한 구체적 계약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문건에서 러트닉 장관은 해당 투자 계약의 ’서명자‘로 기재돼 있으며, 엡스타인은 ’우선주 보유자'로 명시돼 있다. 이 투자가 엡스타인이 2008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4년 뒤에 이뤄졌다는 점도 문건에 적시돼 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2012년 11월 엡스타인의 비서가 러트닉 장관에게 카리브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세인트토머스에서 만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전화번호를 전달한 이메일도 포착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러트닉 장관이 거짓말을 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애덤 시프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러트닉이 유죄 판결을 받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와의 사업 거래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은 그의 판단력과 윤리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러트닉은 상무장관으로 있을 자격이 없으며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나온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솔직히 그냥 사임해야 한다”며 특히 영국의 앤드루 왕자가 직위를 박탈당한 사례를 언급하며 "러트닉이 거짓말한 것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러트닉 장관에 대한 의회 소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생존자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가진 모든 사람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오른쪽)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이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전 여자친구이자 측근인 길레인 맥스웰과의 비공개 증언을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의혹을 일축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내각을 구성했다”며 “러트닉 장관과 상무부를 포함한 행정부 전체는 여전히 미국 국민을 위한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 대변인도 “러트닉 장관은 2005년 엡스타인을 만났고, 이후 14년간 매우 제한적인 접촉만 있었다”며 이번 논란을 “행정부 성과를 흐리려는 기성 언론의 실패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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