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도로에 투입" 중국 실용주의가 만든 데이터 격차, 한국 제조·물류 산업 위협
'실전' 택한 중국의 물량 공세, 현장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로 기술 고도화 가속
AI·자율주행, 기업의 실전 데이터 확보 돕는 과감한 실행력과 사회적 수용성 절실
중국 현지 도로의 완전 자율주행 무인배송차.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중국 도심을 활보하는 정체불명의 무인차 영상이 화제다. 언뜻 보면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에 바퀴만 달랑 달아놓은 듯한 모습인데, 이 투박한 '바퀴 달린 박스'의 정체는 중국의 화물 운송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미래형 모빌리티와 거리가 먼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 볼품없는 외형이야말로 전 세계 업계가 중국의 질주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실질적인 이유라는 지적이다. 디자인보다 '기능'과 '실전'에 집중한 중국의 실용주의가 자율주행 로보택시는 물론, 물류 산업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편견에 갇혀 중국의 기술력을 과소평가하던 사이,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다. 주요 도심을 누비는 로보택시를 넘어, 이제는 물류 현장 깊숙이 자율주행 기술을 침투시키며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지 오래다. 중국은 외관의 투박함을 넘어 보급률을 높이는 동시에, 실제 도로에서 굴러가며 확보한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서비스의 '완벽한 완성도'를 위해 실전 투입에 신중을 기하는 한국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다. 현장의 시행착오를 곧장 기술 자산으로 전환하는 중국의 ‘실전형 실용주의’가 양국 간 기술 격차를 무서운 속도로 벌리고 있다.
중국, 실전 중심 실용주의로 기술 개발 가속화
중국 자율주행 전략의 핵심은 '실전 중심의 실용주의'다. 2024년 기준 중국은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누적 테스트 거리는 이미 12억km를 넘어섰다. 약 3만2000km에 달하는 시범 도로 위에서 무단횡단이나 오토바이 접촉 등 이른바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직접 몸으로 겪으며 AI를 학습시키는 구조다.
중국은 국가적 물류 비용 절감 목표 하에 물류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024년 11월 발표한 ‘전 사회 물류비용 절감 행동 계획’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2023년 기준 GDP 대비 14.4% 수준인 물류비 비중을 2027년까지 13.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무인 물류차는 2025년 상반기 기준 누적 인도 대수 1만2000대를 돌파했다. 자율주행 상용차는 승용차에 비해 차량 가격 민감도는 낮지만 기업과 정부의 결제 의향은 높다. 또한 교통 복잡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비용, 시장, 기술, 법규 등 여러 측면에서 높은 실행 가능성을 보여줌에 따라, 중국 물류 자율주행 시장의 상용화 가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국, 자율주행 발전 걸림돌 된 '리스크 제로' 완벽주의
한국은 서비스에 대한 높은 눈높이와 완벽주의적 접근 방법으로 자율주행 상용화의 문턱에서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단 시장에 내놓고 개선한다’는 중국식 실용주의와 대조를 이루며, 양국 간 실질적 기술 격차를 벌려놓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불과 몇년전에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실질적인 기술 격차는 크지 않았으나, 중국은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해 현장의 시행착오를 수용하며 기술을 갈고닦아 고도화할 수 있었다”며,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가 담보되어야만 서비스를 허용하는 국내의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실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지 봐야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정책적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AI 산업을 국가적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여객과 물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상용화 지원책을 강화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특히 고속·장거리 화물운송 서비스 등 고난도 영역으로 자율주행 실증의 폭을 넓히며 상업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점은 산업계 전반에 고무적인 신호로 읽힌다.
관건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계획을 넘어 실질적인 데이터 축적을 돕고, 기술 고도화의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제조 기반 기업부터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 플랫폼 기업까지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실전 현장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쌓고 기술 고도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용주의에 기반한 상용화 드라이브와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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