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시행 1년 6개월…친생추정에 막힌 ‘그림자 아동’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2.20 07:00  수정 2026.02.20 07:00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출생은 국가가 먼저 확인했지만 아이들의 이름은 아직 서류에 오르지 못했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된 지 1년 6개월 동안 381명의 아동이 친생추정 규정에 막혀 출생등록을 마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친생 추정에 막힌 381명의 식별된 그림자 아동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월 19일 출생통보제 시행 이후 2025년 12월까지 직권출생등록 유예를 경험한 아동은 총 381명으로 집계됐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해, 부모의 자발적 신고에만 의존하던 구조를 국가가 직접 포착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제도다. 하지만 출생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실제 등록까지 이어지는 문제는 별개였다.


보고서를 보면 381명 중 354명, 전체의 93%는 민법 제844조 친생추정 규정과 관련한 친자 소송 또는 비송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직권등록이 미뤄졌다. 친생부인의 허가청구 199건, 친생부인의 소 96건, 아버지를 정하는 소 50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 9건 등이다.


현행 민법은 혼인 중 임신한 자녀와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한 자녀를 남편 또는 전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이혼 후 재혼했거나 사실혼 관계에서 출산한 경우에도 기계적으로 전남편을 법률상 부로 특정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실제 생부와 무관한 남성이 아버지로 기재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친생부인 허가청구나 소송을 먼저 거쳐야 한다. 그 사이 아동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이 지연되고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되지 않는다.


직권으로 출생등록이 완료된 사례도 16건 있었지만, 이 역시 ‘반쪽짜리 등록’에 그쳤다. 이 중 9명, 56%는 성명이 ‘미정’으로 기록됐다.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올랐지만 주민등록법상 거주지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예방접종, 건강검진, 보육료 지원, 각종 복지·의료·교육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반복적인 제한과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병원 밖 출산도 사각지대다. 현행법상 출생통보 의무는 의료기관에만 부여돼 있다. 자택, 구급차 등에서 태어난 아동은 부모가 스스로 신고하지 않는 한 지자체가 출생 사실을 인지할 방법이 없다. 119 구급일지는 출생신고 증빙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이는 부모가 별도로 확보해 제출해야 한다.


외국인·이주아동 역시 제도 적용 범위에서 상당 부분 배제돼 있다. 현행 예규는 외국인 모의 경우에도 배우자가 대한민국 국민인 혼인 중 출생자에 한해 직권등록 가능성을 예정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가정, 사실혼·비혼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 난민·무국적 아동은 출생통보와 직권등록 체계에서 빠질 위험이 있다.


보고서는 독일과 일본 사례를 비교했다. 독일은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하더라도 모가 재혼한 경우 현 남편을 아버지로 추정하도록 규율하고 있다. 일본도 2024년 4월 민법을 개정해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자라도 재혼한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예외를 도입했다. 친생부인권도 어머니와 자녀에게 확대했다.


이에 비해 우리 민법은 1958년 제정된 친생추정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민법 제844조 개정을 통해 이혼 후 300일 이내 출생하더라도 출생 당시 모가 재혼 중이거나 일정 요건을 갖춘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현 배우자 또는 생부를 부로 추정하는 예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생부에게 일정 요건 하에 친생부인의 소 제기권을 부여하고 혼인 외 출생자의 경우 생모가 신고를 거부하거나 장기 행방불명일 때 생부가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직권 출생등록이 완료되면 주민등록시스템과 자동 연계해 주민등록번호를 직권 부여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외국인·무국적 아동에 대해서도 ‘출생사실등록부’를 둬 최소한 출생 사실을 공적으로 기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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