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2막, 전력 저장으로…삼성SDI '10조' 실탄 장전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2.20 15:17  수정 2026.02.20 15:18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추진…투자 재원 확보

업황 둔화 속 적자 전환·투자 지속 부담…유증 대신 자산 유동화

AI 전력 수요 확대 맞춰 ESS·LFP 중심 사업 확대 가속화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 'SBB(Samsung Battery Box) 2.0. ⓒ삼성SDI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뚫어낼 배터리 산업의 다음 격전지가 '전력 저장 인프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확산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맞물리며 에너지 저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SDI가 최근 대규모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은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해 투자 실행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투자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등의 매각 추진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거래 상대와 규모, 조건,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 검토와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비상장사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부가 기준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분 매각 추진 배경에는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황 둔화로 내부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구조적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SDI는 북미 생산 확대, 에너지저장장치(ESS) 대응 설비 확보, 차세대 배터리 투자 등을 위해 연간 수조원 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정체와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급감하며 자금 압박이 커졌다. 실제로 삼성SDI의 지난해 매출은 13조2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 감소했으며, 1조7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투자는 멈출 수 없는데 내부 현금 동원력은 떨어진 상황에서, 주주 반발이 거센 유상증자 대신 보유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이번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확보될 자금을 차세대 배터리 양산과 북미 거점 확대 등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최근 2025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률을 약 6%로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북미·유럽의 친환경 정책 완화와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 조정 영향으로 수요 반등이 빠르게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ESS용 배터리 시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등을 예고했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함께 비중국산 배터리 요구가 확대되면서 미국 현지 생산이 가능한 기업들에게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현지 생산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며 투자 확대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조용휘 ESS 비즈니스 팀장(부사장)은 "미국 현지 캐파 확대를 바탕으로 올해 ESS 매출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미국 현지 생산 제품은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와 관세 절감 효과가 있어 사업 전반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SDI는 이미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 배터리로 전환했으며 미국 내 수요가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아직 투자 규모와 시기 등은 미정이지만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발표한 재원 투자 계획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당시) "삼성SDI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약 2조원의 자금을 미국 GM 합작 공장 증설에 약 9000억원, 유럽 헝가리 공장 캐파 확대에 약 6000억원,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투자에 약 4500억원 투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자금 역시 GM을 제외하면 작년과 비슷한 투자 계획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SPE의 ESS 라인 전환 투자가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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