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잔액 꺾이고 연체율은 치솟고
생산적 금융인데 우량 차주만 웃는다
사장님 대출 위해 반격 나선 시중은행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직원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생산적 금융을 위해 기업금융 확대에 나섰던 시중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에는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고환율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발길을 돌리자, 시중은행들도 뒤늦게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에 힘을 쏟고있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324조15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7801억원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2월 1조원 가까이 잔액이 빠지는 등 최근 감소세가 더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건전성 악화가 꼽힌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이들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0.5%로, 지난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고, 내수 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생산적 금융이 오히려 자영업자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가계대출 중심의 은행권 영업 구조를 기업금융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이 기업금융 실적을 쌓기 위해 대출 규모를 늘리고는 있지만, 리스크를 피하고자 신용도가 높은 우량 차주 위주로만 영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형편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은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타 은행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이 머뭇거리는 사이 자영업자 대출의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비대면 편의성과 자체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앞세워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시중은행들도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면서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특화 상품과 서비스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단순한 대출 확대를 넘어 자영업자의 자생력을 높이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기업 전용 앱인 '우리WON기업'을 고도화했다.
개인사업자들이 사업 운영에 필요한 매출 분석, 상권 정보, 금융 스케줄 등 복잡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단순 대출 창구를 넘어서 경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농협은행은 소상공인의 금융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서비스'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자영업자들이 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연체 리스크를 낮추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선별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위축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것은 은행의 건전성에 치명적일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다 보니 신규 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면서도 "은행 입장에서도 연체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늘리기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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