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 근접
정유사 재고평가이익·실적 반등 기대 부각
높은 재고·수요 둔화 등 변수로 수익성 개선 지속 여부 불확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부상…한국 원유 도입 구조상 공급망 충격 가능성 확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아야툴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정유업계의 재고평가이익과 실적 반등이 기대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공급망 붕괴와 수요 위축이라는 거대한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어서다.
특히 원유 도입의 70% 가까이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 에너지 안보 위협에 직면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1달러선을 회복하며 약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단기간 유가가 급등하자 정제마진 개선 기대와 재고평가이익 가능성이 부각되며 국내 정유사들의 단기 실적 반등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사의 손익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유사는 원유를 도입해 일정 기간 저장한 뒤 제품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면 기존에 확보해 둔 재고의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동시에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인상 기대가 반영되며 정제마진 개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최근 정유주가 강세 흐름을 보이며 시장은 단기 수익성 회복 가능성을 선반영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곧바로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뿐 아니라 제품 수요와 재고 수준, 정제 설비 가동률 등 복합적인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글로벌 휘발유 재고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 둔화 여파로 석유제품 수요 회복 속도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증산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공급 증가 요인이 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이러한 요인을 고려하면 정제마진이 추세적 상승 국면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지정학 갈등이 한층 격화될 경우 단순한 가격 변수 차원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 이상이 이곳을 통과한다. 통항 차질이 발생할 경우 원유 공급 차질과 물류 비용 급등, 유가 폭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아시아 지역은 이러한 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이 69.1%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 봉쇄 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비상이다.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오르는데 경기 침체로 인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와 업계는 유사시를 대비해 약 7개월(221일)분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원유 수급 차질에는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이란 갈등 고조로 인한 유가 상승은 정유사의 수익 개선이나 재고 평가 이익 같은 단기적인 긍정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라며 "하지만 유가 급등은 결국 수요 감소와 정제 마진 하락으로 이어져 경영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고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수급 차질 시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라며 "업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시장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가장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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