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3% 관세…9개사 가격약속 병행
10조원 열연시장 가격 정상화 기대감
美·EU 보호무역 확산…수출 변수 여전
현대제철에서 생산하는 열연 제품. ⓒ현대제철
정부가 일본·중국산 열연강판(두께 3㎜ 미만)에 대해 최대 33%대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국내 철강산업의 수익성 회복에 관심이 모인다. 철강업계는 그간 전방 산업 부진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원가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산업 불황이 장기화 됐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저가 수입재의 무분별한 유입에 제동이 걸리며 철강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3일 일본·중국 기업들이 자국산 탄소강과 합금강으로 만든 열연을 저가로 국내로 대거 들여오는 덤핑 조치로 국내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초래했다고 최종 판정했다. 이에 무역위는 일본산과 중국산 열연에 대해 각각 31.58%~33.43%, 28.16~33.1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을 재정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 승인되면 상반기 내 시행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관세 부과와 함께 ‘가격약속’도 병행됐다. 일본 3개사와 중국 6개사는 향후 5년간 한국 수출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하고 분기별로 가격을 조정·보고하겠다고 제안했다. 약속을 이행하면 관세는 면제되지만 위반 시 즉시 반덤핑 관세가 적용된다. 해당 9개 기업은 최근 3년간 국내 열연 총수입의 약 81%를 차지한 주요 공급업체다.
열연강판은 냉연·강관 등 판재류의 기초 소재로 자동차·조선·기계·건설 등 제조업 전반에 사용된다. 2024년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일본·중국산 제품은 국내산보다 두 자릿수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며 점유율을 확대해왔고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가격을 낮추는 경쟁에 내몰렸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국산 출하량이 연간 100만톤(t) 이상 늘고 시장 점유율이 약 8.9%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가 수입 물량이 줄어들 경우 국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회복되고 시장 가격도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조치는 현대제철이 2024년 12월 덤핑 조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3월 본조사에 착수해 9월 28.16~33.57%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관세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포스코는 열연 가격 인상도 단행했다. 포스코는 가격 인상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열연강판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 작년 4분기 중국산 철강 수입은 직전 분기 대비 약 30만톤 감소했다.
다만 대외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미국의 50% 철강 관세를 비롯해 멕시코·캐나다·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고 신흥국들까지 반덤핑 조치에 나서면서 수출 환경이 좁아졌다. 포스코는 EU 등 수입 규제 강화에 대응해 유럽·영국 물량 일부를 중남미와 동남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판매량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조치 이후 중국을 비롯한 제3국 물량이 다른 시장으로 전환 유입될 것을 우려해 각국이 무역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철강산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등 다양한 조치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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