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명 후 첫 공식행보…'보수의 심장' 대구로
'윤어게인 노선' 張 겨냥 "대중 정치서 살아남을 수 없어"
'윤리위 제소' 겁박에도 배현진·정성국·진종오 등 동행
서문시장 순식간에 인산인해…현장 인원 1만 명 이상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왜 윤석열 노선을 견지하는 세력이 날 제명까지 했겠느냐. 결국 '한동훈 노선' 그러니까,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자는 노선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미래가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싸늘한 시선을 마주했던 대구 서문시장. 최근 장동혁 지도부로부터 부당한 징계를 당한 한동훈 전 대표가 27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당당히 찾으며 장 대표가 고수해 온 '윤어게인' 노선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했다. 당권파가 한 전 대표와 동행하는 친한계 의원들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도, 최근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배현진 의원을 비롯해 정성국·진종오·김예지·박정훈·안상훈·우재준 의원 등이 함께했다.
한 전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층 '윤어게인'이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배신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육교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대치하고 있었으나, 한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거대한 함성과 함께 '한동훈' 연호가 터져 나왔고 반대 지지층의 구호는 순식간에 묻혔다.
서문시장 입구에서부터 한 전 대표가 들어서자 1만여 명이 넘는 많은 인파가 그를 에워쌌고, 대구서문시장연합회 부회장이 한 전 대표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곳곳 방문하는 상점에서 상인들은 따뜻한 웃음과 악수로 맞이했다. 건강기능보조식품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한 전 대표에게 "항상 잘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너무 보수가 갈라지고 (한 전 대표가) 핍박받아서 가슴이 아프다"라고 하자, 한 전 대표는 "바닥칠 때가 재건할 때다. 잘하겠다"라고 화답했다.
한 전 대표의 이름과 비슷한 후니건어물에서는 2만원을 꺼내들며 쥐포를 구매했다. 한 전 대표는 악수를 건넸고 거듭 "잘하겠다.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위치한 후니건어물 상가 상인과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이어 땅콩빵집·국수집·전통과자집 등을 들려 음식을 구매하고 상인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국수를 먹는 한 전 대표에게 상인이 "국수는 그래도 팔리는데 다른 곳은 경기가 억수로 안 좋다"고 하자 한 전 대표는 "내가 잘못해서 그렇다. 죄송하다. 잘하고 싶다"고 했다. 상인은 다시 "초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고 격려했다.
또 한 전 대표는 "지금이 바닥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면 문제인데, 지금은 뭐가 문제인지 알고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입구에서부터 시장 중심에서까지 이따금 한 전 대표를 향한 "배신자" 소리도 크게 터져나왔다. 이를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한 전 대표는 "냅둬도 된다. 괜찮다"며 제지했다.
한 타월집에서는 상인이 한 전 대표에게 "불쌍하다. 많이 야위었다"고 걱정하며 "장동혁 꼬라지 인간이 아니라. 숙청 제명시켰다"라고 날을 세웠다. 한 전 대표는 "전날 나한테 다 야위었다고 하더라. (날 제명하더라도) 그런다고 난 죽지 않는다. 정치공학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한다"고 화답했다.
시장을 다 돌아본 후 한 전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많이 사달라. 그래야 경기가 올라가고 서로간 이런 재미가 있지 않느냐"라며 "(정치인이) 시장 가는 것으로 욕하는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시장이 부흥하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면 좋지 않겠느냐. 정치공학적으로 욕하는 게 너무 이상하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위치한 국수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이후 연단에 올라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장동혁 대표를 향해 그 어느때보다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는 것은 과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그것을 끊어내지 못하면 미래로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절연 주장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으로,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파놓은 프레임이라고 규정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우리 모두 이제 재판에서 윤석열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봤지 않느냐"라며 "계엄은 위헌·위법한 것이었고, 그런 위헌·위법한 대통령은 그 자리를 지키면 안되는 거였다. 이제 어물쩡하게 넘어가면 안된다. 정면으로 그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 놓치면 (우리가) 더 어려워진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럼 왜 대구인가. 대구가 오른쪽 끝에 있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인가? 그렇지 않다"라며 "대구는 언제나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정말 나서야 할 때 적극 나서면서 정면승부를 한 곳"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앞장서서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고 보수를 재건하는 데 여러분의 도구가 되겠다"며 "우리의 마음을 원래부터 지지해줬던 분은 그대로 우리를 지지하고 따라달라. 우리의 생각에 반대하는 분들에게는 이제는 알지 않느냐. 윤석열 노선으로 미래가 없다는 것 알지 않느냐. 윤석열 노선은 이재명 정권을 견제할 수 없단 것 알지 않느냐"라고 호소했다.
또 "지금 당권파인 사람들은 철저하게 고성국 등을 위시한 극단적으로 장사를 해먹는, 컬트적으로 부정선거론과 윤어게인을 팔아서 장사해먹는 이 집단들의 숙주로써 당선된 것"이라며 "그런 현실로는 지방선거는커녕 이 당은 존립도 어렵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런 정치 세력은 대중 정치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고립되는 것은 당권파"라며 "고립되라고 하라. 우리는 그 사람들이 망하는 것과 관계 없이 보수와 대한민국을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주변으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한편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의 서문시장 방문으로 상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이와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상인들은 한 전 대표 측에 "장사가 잘돼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요일 저녁 시간대와 맞물리며 평소보다 유동 인구가 크게 늘었고 매출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전 대표의 일정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상당수 지지자들이 시장에 남아 각종 물품을 구매하면서 시장 곳곳이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한 전 대표 도착 전부터도 모여든 지지자들이 시장을 돌며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한 전 대표가 도착한 입구 인근에서 장사를 하다 인파에 밀려 좌판이 넘어지는 피해를 입은 한 상인은 "지지자들이 '이곳부터 물건을 사주자'고 나서준 덕분에 준비한 물건이 모두 팔렸다.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인들도 "인파가 많이 몰려 걱정도 됐지만, 반대로 장사가 잘돼 기분이 좋다" "정치인이 그냥 왔다 가는 줄 알았는데, 장사가 잘되니 오히려 더 좋았다" "소소하게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미안하다며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매출이 늘어 감사한 마음이 더 커 괜찮다고 했다" 등 고마움을 표했다.
한 상인은 "나도 한동훈 지지자니 물건 사가시라"고 너스레를 떨며 지지자들과 호응을 나눈 것으로도 전해졌다.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주변으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시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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