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증시 '머니무브' 촉발?…李대통령 "이익·손실은 정부가 정한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6.03.04 00:00  수정 2026.03.04 00:00

"팔기 싫으면 두시라" 싱가포르 순방서 날린 경고장

일각선 "정부 독려 자금, 하락장 오면 책임 누가 지나"

중동 리스크 속 5800선 무너져…자산시장 변동성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06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게 던진 부동산 관련 "이익과 손실은 정부가 정한다"는 메시지가 국내 자산시장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확산시키고 있다. 외교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단순한 규제 의지 표명을 넘어, 자산 수익 구조 자체에 정책적 개입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가 실제 자산 처분 행보로 구체화된 가운데, 이 대통령의 아파트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다. 매각가를 두고는 최고가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동시에 가계 자산을 증시로 이전시키려는 사실상의 정책적 신호로 읽히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매수 희망자가 나왔다면서 "정식 계약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1998년 구입한 분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선 "금액이 굉장히 낮게 나왔다. 1년 전에 비해서도 최고가로 팔린 그 당시 금액보다도 조금 더 낮은 가격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시세 차익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러한 부동산 행보의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강한 정책 의지가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인 지난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지에서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집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이익이나 손실이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한다"고 밝혔다.


또 "결국 투기는 투기한 사람이 아니라 투기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든 정치인, 정부가 문제"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선택이 손실이 되도록 세금·금융·규제를 철저히 설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부당한 저항과 비방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합리적 선택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팔기싫으면 그냥 두시라"고도 경고했다.


청와대의 설명 역시 이러한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특히 분당 아파트 매각과 청와대의 상장지수(ETF) 투자 언급은 가계 자산의 증시 이동을 유도하는 정책 기조를 드러낸 대목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7일 이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각 결정을 발표하며 "거주 목적의 1주택 소유자였으나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국민께 몸소 보여주겠다는 의도"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집을 팔고 이 돈으로 ETF 투자나 다른 금융 투자에 돈을 넣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면 임기를 마치고 퇴임 후에 집을 사면 그것이 더 이득이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행보는 집권 2년차를 맞은 대통령의 자산 구조 개혁 구상이 실천적 단계로 접어든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6000을 달성했던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최근 부동산에 묶인 돈이 생산적 자본시장으로 흘러가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고무적 현상"이라며 자산 구조 재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6월 한국거래소를 찾았을 때는 "휴면개미"를 자청하며 시장 개혁을 약속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우려 섞인 대목이 적지 않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정책 신호에 의해 촉발된 '머니무브'가 증시 하락 국면에서 정부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 독려로 증시에 유입된 자금이 향후 하락장을 맞을 경우 그 경제적인 피해와 책임론을 누가 감당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한 이후 처음 장이 열린 가운데, 정부 주도 머니무브의 리스크가 대외 악재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아시아 주요 증시가 약세를 보였고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쏟아졌다. 코스피는 5800선이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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