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천경마공원 부지 주택 9800호 공급 추진
마사회 노조 등 "협의 없는 통보"…총력 투쟁 선언
과천시도 공식 반대…"교통·인프라 포화 상태"
국토교통부 앞에 과천경마공원 이전을 반대하는 화환이 놓여 있는 모습. ⓒ뉴시스
주택 공급을 위해 과천경마공원을 이전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거센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과천시 등이 일제히 반발에 나선 가운데 말 산업 관련 노조 위원장들은 공동 삭발로 결사 항전을 선언했다.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였던 데다 수만 명에 달하는 말 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과 경마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집값 불안 잡으려다 경마장까지
정부는 지난 1월 29일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과천경마공원 부지를 핵심 공급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작년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정부가 그 후속 조치로 역세권 등 수도권 우수 입지의 유휴 부지를 발굴한 결과다.
과천경마공원(115만㎡)은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과 경부고속도로 등 광역 도로망이 우수한 데다 인근 과천주암지구와 연계해 직주근접 생활권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낙점됐다.
정부는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가 이전하면 해당 부지를 첨단 직주근접 기업도시로 통합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올 상반기까지 시설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당 경마공원은 1989년 9월 과천으로 이전했다. 서울 도심과 가까운 입지 덕에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국내 최대 경마 시설이다.
문제는 이전 계획이 이해당사자들과의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점이다. 특히 졸속 이전은 경마 산업 사망선고라는 주장도 나온다.
마사회 노동조합 측은 "지역사회와의 협의도, 시민의 동의도, 산업적 검증도 없었다. 밀실에서 결정된 일방적인 통보로 우리를 기만했다"며 "이 같은 졸속 이전은 경마 산업 사망선고"라고 반발했다.
경마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모습.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협의도 동의도 없었다"…마사회 노조 등 즉각 반발
한국마사회노동조합을 포함한 5개 노동조합은 지난 25일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공원 이전 저지! 경마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서 박근문 한국마사회노동조합 위원장, 모규표 한국마사회 전임직노동조합 위원장, 허연주 한국마사회 경마직노동조합 위원장, 이찬웅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 김도환 공공산업희망노동조합 한국마사회지부 지부장 등 5개 노조 대표자는 조합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동 삭발을 단행하며 결사 항전을 선언했다.
박근문 마사회노동조합 위원장은 "서민의 집을 짓겠다며 다른 서민의 삶을 부수는 것이 옳은 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경마공원에서 일하는 직원과 계약직, 마필관리사 등 종사자만 2만4000명에 달한다. 경마직노동조합은 이번 이전 계획이 단기 근로자들에게 '사실상 집단 해고 통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보안·미화·시설관리 노동자들로 구성된 공공산업희망노동조합 한국마사회지부는 "과천이 무너지면 우리 5060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나앉아야 한다"며 "이곳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마지막 생계의 보루"라고 호소했다.
경마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대한민국 제1노총인 한국노총도 전면 결합했다. 정기 대의원대회를 마치고 현장에 합류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단순히 사업장 이전을 막으러 모인 것이 아니라 노동을 처리해야 할 비용으로 취급하고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오만한 권력에 맞서기 위해 섰다"고 비판했다.
과천시도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과천시는 홈페이지에 반대 입장을 게재하고 교통 문제를 핵심 이유로 들고 있다.
과천시는 "지식정보타운 입주 이후 이미 교통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9800호 규모의 주택이 추가로 들어서면 도로·학교 등 기반 인프라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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