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만명 여가공간, 2만4000명 생계…주택 공급 명분만으론 부족 [경마장 이전 논란③]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6.03.05 16:28  수정 2026.03.05 16:28

과천 방문객 지방 경주 베팅액 5018억원 달해, 이전 시 연쇄 타격

협의체 구성도 '지지부진'…말 산업 이해당사자 설득 과제 산적

경주마들이 질주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과천경마공원 이전은 단순히 경마장 하나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여가 기능부터 지방 경마 재정, 말산업 생태계까지 과천을 중심으로 얽힌 이해관계가 광범위한 만큼, 주택 공급 이상의 설득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경마 연쇄 타격·여가 기능 상실…이전 파장 광범위


과천경마공원이 수도권 복합 여가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서울경마공원 입장객은 경마고객 225만명, 비경마고객 213만명으로 총 438만명에 달했다.


경마고객은 2023년 270만명에서 2024년 252만명으로 감소세인 반면 비경마고객은 같은 기간 142만명에서 170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경마를 즐기지 않는 방문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천경마공원이 이미 경마를 넘어 수도권 사계절 여가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출 구조도 단순하지 않다. 2025년 기준 서울시행경주 전체 매출은 3조1314억원으로, 제주시행경주(1조4654억원)의 2배, 부경시행경주(1조8268억원)의 1.7배에 달한다.


같은 해 과천경마공원 방문객이 제주·부경 경주에 베팅한 금액만 5018억원에 달한다.


과천이 외곽으로 이전해 방문객이 줄어들 경우 지방 경마 매출까지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정부가 이전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면 수도권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사자 생존권, 말산업 생태계, 지방 경마 재정, 수도권 여가 기능까지 아우르는 설득력 있는 근거 없이는 이전 계획이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후보지를 둘러싼 상황도 간단치 않다. 경기도 일부 지자체들이 유치 의향을 내비치고 있지만, 주민 공청회나 동의 절차를 밟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협의체 구성 예고…당위성 확보가 선결 과제


마사회도 대응에 나섰다.


우희종 마사회 회장은 지난달 26일 취임식에서 "정부 정책의 취지는 존중하되 충분한 협의와 구체적 로드맵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현장 혼란과 산업 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마장 이전 대응 TF 구성을 공식화했다.


정부와 마사회가 공식 테이블에 마주 앉은 건 아직 한 번도 없다. 회장이 2월 초 임명됐음에도 사무실 출근이 여의치 않았던 탓에 협의체 구성이 미뤄졌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조만간 농식품부·국토부·마사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정부가 설득해야 할 대상은 광범위하다.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과천시, 교통·인프라 부담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 생존권을 내세우는 말산업 종사자 등이다.


특히 마필관리사 대다수는 경마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 5~6시 출근이 불가피한 직종 특성상, 경마공원이 외곽으로 이전할 경우 현실적으로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마장은 단순한 경마 시설이 아니다. 훈련시설·마방·관련 산업이 한데 묶인 클러스터로, 마주·말 생산 농가·조교사·장제사·수의 서비스업체까지 경마장을 중심으로 얽힌 생태계 전체가 이전의 영향권 안에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전에 필요한 재원 마련, 말산업 공백기 등에 대한 내용은 협의체가 구성되는 대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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